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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RE100 한국 기업은 언제쯤?

[칼럼] RE100 한국 기업은 언제쯤?

기사승인 2019. 04. 0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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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희(연대 특임교수)
우태희 연세대학교 특임교수
#1. 1년 전 애플은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본사 건물과 전세계 애플스토어 및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애플에너지를 확충해 2020년까지 4GW 규모로 늘리고, 태양광 이외에 풍력·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 종류도 다원화할 계획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애플은 자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 협력업체로부터 100% 재생에너지를 쓰겠다는 서약서를 받고 있다. 벌써 여기에 동참한 협력업체들이 30개사가 넘었고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 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2. 구글은 애플보다 앞선 2017년 말 이 목표를 달성했다. 구글의 전 세계 데이터센터 13곳과 150여개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량은 대구광역시의 연간 발전량(5.8TWh)과 맞먹는다. 재생에너지로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충당하기 위해 구글은 풍력개발 업체들과 30여건의 재생에너지 구매계약(연간 3GW)을 맺었다. 주로 태양광에 의존하는 애플과 달리 구글은 재생에너지 95%를 풍력으로 조달했고, 인공지능(AI)으로 전기소비를 40%나 줄였다.

전세계에서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겠다는 RE100(Renewable Energy 100%) 캠페인 참여기업 수는 지난 3월 말 현재 167개사에 이른다. 이 중 실제로 100% 전환에 성공한 기업은 56개사다. 이 캠페인은 5년 전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과 탄소공개프로젝트(CDP)가 손잡고 뉴욕에서 시작되었는데 애플·구글 등이 참여하면서 대세로 자리 잡았다. 캠페인 참여기업의 전체 매출액은 세계 GDP의 5%인 4조5000억 달러이고, 지난해 구매한 재생에너지 전력량은 188TWh에 달한다. 현재 추세로 RE100 참여가 늘어난다면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15% 줄일 수 있다고 한다.

RE100 캠페인에 참여하려는 기업은 먼저 100%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목표를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사업장과 사무실의 전력 사용량을 보고하고 제3 기관의 검증을 받아야한다. 매년 목표달성에 어느 정도 접근하고 있는지도 인증대상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지만 이들의 자발적 참여 이유는 단 한 가지, 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다.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에너지전환을 솔선수범하는 친환경기업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겠다는 것이다. 최근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 달성으로 태양광이 화석연료의 전력 구매비용을 상쇄하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더 확산되고 있다.

RE100 인증을 받은 일본 기업은 3개나 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 기업은 아직 없다. 2015년 N사가 재생에너지 사용계획을 당차게 발표했지만 아직 인증 소식은 없다. 작년에 S사도 2020년까지 미국·유럽·중국의 모든 사업장에서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담대한 계획을 발표했지만 달성 여부는 미지수다. 가장 큰 현실의 벽은 국내 값싼 전기요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싼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유인이 적고, 에너지원을 기업이 직접 선택해 전력을 구매하는 시스템이 아직 제도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RE100은 마케팅 차원을 넘어 하나의 생존전략이 되고 있다. 청정에너지로 생산된 제품을 요구하는 글로벌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기업의 제품경쟁력을 가름하는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 기후변화시대에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사용 의무화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정부도 올해 하반기 녹색요금제를 신설하는 등 관련 제도를 확충한다고 하니 이를 잘 활용해 우리 기업들이 RE100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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