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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집사의 역할

[칼럼] 집사의 역할

기사승인 2019. 04. 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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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
송덕진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
한때 우리나라 국적기를 타고 해외나들이나 해외순방 가는 것이 소원인 때가 있었다. 백사장, 황무지에 불과하던 땅에 공항이 조성되면서 항공, 물류 인프라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한국경제는 한강의 기적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세계 무역 규모 6위의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을 하면서 항공, 물류 산업은 국가경제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지금의 경제적 성과를 다지는 데, 고 조양호 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부정할 수 없다. 조 회장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 한미 재계회의 위원장, 한불 최고경영자 클럽 회장 등을 역임하며 국제 교류를 증진하고 우호 관계를 강화해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데 큰 기여를 했다. 아울러 한진그룹을 국내 재계 14위까지 끌어올리면서 대한항공을 세계 굴지의 항공사로 키워냈다.

조 회장이 지난 8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고인의 명복을 비는 목소리가 재계 단체 등 경제계에서 나오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가는 길은 씁쓸했다. 둘째딸의 물컵 갑질 사건, 부인의 폭언, 아들의 편법 입학 문제, 탈세까지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계열사는 경찰, 검찰, 법무부, 국토교통부, 관세청,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여러 정부 기관으로부터 동시 다발적으로 수사와 압수수색을 받아왔다. 여기에 조양호 회장을 비롯해 부인, 딸, 아들은 포토라인에 수 십 차례 고개를 숙이며 서야했다. 기업 총수의 죽음을 너무 무리하게 몰고 간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서 돌고 있다. 평소 앓고 있던 폐질환이 다양한 압박에 대한 충격과 스트레스로 병세가 급격히 악화된 것이 아니냐 하는 추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조 회장의 사내 이사 연임이 실패했다.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이 가로 막았다. 필자 주변에서 총수 잡은 스튜어드십이 무슨 뜻이냐, 왠 집샤냐 물어보는 이들이 많았다. 국민연금은 작년 7월에 스튜어드십을 도입했다. 국민의 노후자산을 충직하게 관리하는 집사, 5% 이상 투자한 상장기업을 투자자산처럼 관리하는 집사 역할을 최선을 다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주주권 행사지침이 스튜어드십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5% 이상 지분을 확보한 상장기업만 300개가 넘고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8%를 보유한 한국 자본시장의 큰 손이다 보니 논란은 증폭되었다. 전문가들은 찬반으로 나눠 찬성 쪽은 적극적 경영 참여, 기업가치 제고, 배당 확대될 거라 환영했다. 반대 입장 쪽은 기업을 통제하는 관치의 도화선, 국가의 기업 길들이기로, 국민연금이 기업을 지배하는 연금 사회주의로 빠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먼저 국민연금이 진정한 국민의 집사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꼬박꼬박 보험료를 내고 있는 국민들은 국민연금이 정말 노후 자산을 충직하게 관리하는 집사인가 궁금해 한다. 거기에 국민연금이 주식을 보유한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하는 것이 가입자 국민으로부터 동의를 받은 권리인가 고민해야 한다. 현재까지 주주권 행사는 국민 동의 없이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가 임의로 내린 결정이다.

그 위원회의 구성원에는 정부 추천 인사들까지 포함돼 독립성 마저 의심스럽다. 실제 국민연금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정권의 입김에서 완전 자유로운지 의문스럽다. 현재도 국민연금 이사장은 연금 전문가가 아닌 코드인사이고, 기금운용위원장도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고 있다. 국민연금의 방향에 좋은 것이 전체 국민에게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은 추계자료에서 나온 바처럼 2060년 고갈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수익성과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인데, 여전히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 보유가 높다. 총 자산의 7%인 국내 주식 20% 이상을 사들여 놓았다.

국민연금이 진정한 집사가 되고 싶다면 전체 기금에 대한 관리, 자산운용 시스템 관리 등을 안전하고 성실하게 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특히 정부나 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국민들에게 먼저 동의를 구해야 한다.

요즘 경제 문제를 대중의 분노를 이용해 경제 논리 아닌 비경제 논리로 해결하려고 있다.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독이 아닌지, 약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요즘 자본시장을 들여다보면, 호시탐탐 우량 기업을 노리는 사모펀드가 무섭게 보인다. 국민연금의 집사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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