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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호영 칼럼] 할아버지 군대와 손주 군대

[진호영 칼럼] 할아버지 군대와 손주 군대

기사승인 2019. 04. 15.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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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호영 극동대 교수(예비역 공군 준장)
우리 군, 모든 병사 스마트폰 허용 "매우 바람직"
국가방위 헌신하는 병사들에게 '살만한 군대' 돼야
우리군도 출퇴근하는 '세계최강' 독일·이스라엘 군체제로 가야
진호영 장군
진호영 극동대 교수(예비역 공군 준장)
최근 우리 군의 병영에 새로운 변화가 오고 있는 것 같다. 병사들이 병영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일과후에는 자유롭게 외출이 허용된다. 일과 전·후에는 사역을 금지하고 개인생활을 보장토록 한다. 병원도 부대 군의관 허락 후 본인의 선택으로 어디든 혼자 다녀오게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봉급은 10년전보다 10배가 올랐다. 할아버지 세대 군대처럼 사회와 단절된 채 24시간 통제된 생활을 하며 춥고 배고픈 환경에서 병사들의 희생을 강요하던 병영에 비하면 천지개벽이다.

오래전 군대를 경험한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스마트폰을 일반사회처럼 사용하거나 자유스런 외출, 일과 후 자율 등으로 편해지는 병영생활을 두고 “군대 참 좋아졌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게 군대냐” 심지어는 “당나라 군대를 만드냐”하는 우려도 있는 것 같다. 반세기전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경험한 우리나라는 안보가 위중하기에 국방현장에서 군기가 흐려지고 철통같은 방위에 조금이라도 누수가 생길까봐 염려하는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세상이 변했다는 것도 인정해야 된다. 전후(戰後) 베이비부머나 기성세대 대비 손주들이 사는 세상은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 문화와 환경이 바뀌었고 가치와 사고방식이 바뀌었다. 삶의 방식도 변했고 국가관도 변했다. 국가에 대한 책임과 헌신도 기성세대만큼 기대할 수가 없다. 몇 년 전 한 여론조사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대한민국을 지키겠다고 답하는 중·고등학생은 4분의 1에 불과하고 “외국으로 도망간다”가 3분의 1이었다고 한다. 우리 안보현실에서 걱정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런 변화는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다. 안보위협이 우리보다 더한 이스라엘도 병역대상 남자가 25%, 여자는 50%가 의무복무를 피하고 있어 국가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나 외국이나 반세기 전 할아버지가 살던 세상과 지금 손주가 사는 세상은 상전벽해(桑田碧海)다. 그래서 국가관 하나로 할아버지 세대와 똑 같은 군대에서 손주들도 복무해라는 것은 이제 안 맞는다. 할아버지 군대는 뭣이든 참고 견디었지만 손주 군대는 막연히 참고 견디라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시대와 문화가 바뀐만큼 군대도 바뀌어야 한다.

손주세대의 큰 변화 중 하나가 네트워크(Net-work) 세계에서 산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인 초연결사회(Hyperconnectivity)에서 살게 될 소위 엔(N)-세대, 지(Z)-세대는 오락과 학습은 물론 쇼핑과 의사소통까지 모든 활동을 인터넷을 통해 해결한다. 이들은 탄생과 동시에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고 ‘인터넷이 없으면 살 수가 없다’고 할 만큼 인터넷과 모바일 소셜네트워크(SNS)에 의존적이다. 이들은 정보기술(IT)에 익숙해 한 몸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그래서 요술방망이 같은 스마트폰이 이들에게는 분신이나 다름없다. 기성세대도 스마트폰이 없으면 원시시대로 돌아간 듯한 단절감을 느낀다. 이제 우리생활에서 스마트폰은 필수 불가결한 물건이 된 것이다.

◇우리 군, 모든 병사 스마트폰 허용 “매우 바람직”

하지만 본래 보수적인 군대는 여러 이유로 이런 변화에 늦을 수밖에 없다. 일부 사이버지식방을 통해 병사들의 인터넷 사용이 허용되지만 N-세대 삶의 패턴을 충족하기는 너무나 빈약하다. 어느날 군대라는 폐쇄공간에 모아놓더니 이 신통한 문명기기와 문명세상을 모두 버리고 사회와 단절된 채 통제와 긴장 속에서 살아라고 하는 것은 이들에게 형벌(刑罰)일 수 있다. 할아버지 군대는 가능했지만 손주 군대는 가혹한 억압이고 삶의 질을 형편없이 떨어뜨리는 것이다. 독일은 징병제 시절인 20여년 전부터도 병사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게 하였고 현재 많은 나라의 군대에서 자유롭게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하게 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제 우리 군이 병사들에게 스마트폰 사용을 허용하기 시작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변화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다행이고 시급히 모든 병사들이 사용토록 확대해야 한다. 개인 스마트폰 하나만으로도 사회로부터 단절감과 군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군대적응도 돕는다. 또 병사들의 삶의 질을 높여 복무만족도도 높인다. 제한적이지만 병영도 SNS의 한부분으로 가족·친구·사회와 가까이 있다는 느낌을 준다. 작은 변화 하나로 병영과 일반사회가 비슷한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스마트폰을 시범 사용한 부대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고 한다. 일과 후 어수선하던 생활관이 조용해졌다. 하루 일과를 마치면 생활관에서 인터넷 정보를 얻고 SNS 속에 들어가 사회와 대화를 하고, 게임을 하고, 보고 싶은 사람과 밀어를 나누는 등 병영생활 중에도 사회와 소통하며 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지휘관리도 수월해졌다고도 한다. 여자 친구들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도 군대에서 축구밖에 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이야기 소재가 달라질 수 있다. 스마트폰 사용이 4월부터 전군(全軍)에 확대 중인데 장병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다. 물론 스마트폰의 뛰어난 성능만큼 군사보안에 취약한 부분이 있어 현재 기술적으로 보완하는 방법을 군이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또 한가지 군대의 큰 변화는 일과 전후 편안한 개인생활과 휴식보장이다. 일과 후 내무생활 스트레스만 없어도 입대자들의 군에 대한 부담과 이미지가 확연히 달라진다. 근무시간에는 철저히 임무를 수행하고 훈련때는 강인하게 전투력을 숙달시켜야 한다. 그리고 근무와 훈련이 끝나고 숙소에 돌아오면 뒹굴며 잠을 자든,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하든, 운동을 하든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을 하든 일과 후 생활은 자유롭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도록 해야 다음날 임무 효율성이 높아진다. 그런 차원에서 일과 후 외출 허용은 우리 병영의 신선한 변화가 될 것이다. 독일군(징병제 시절)이나 이스라엘군에서는 작전대기 요원을 뺀 일반 병사들은 출·퇴근을 했다. 굳이 모든 장병을 24시간 병영에 대기시킬 이유가 없고 휴식은 자유롭게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병사는 근무가 끝나고 총을 든 채 맥주집에 들러 친구들과 맥주 한 잔 마시고 퇴근한다는 것은 신기하게 들리지만 일과 후 휴식은 확실히 보장된다. 독일군과 이스라엘 병사들은 우리 병사들보다 적어도 하루 중 절반은 병영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독일과 이스라엘 병사들의 임무수행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이제까지 스마트폰 사용이든 일과 후 자율이든 간부는 되고 병사는 안되므로써 군대 내 위화감이 존재해 왔다. 병사들에게도 간부와 동등한 자율과 책임을 줘야 자발적인 충성심이 생긴다. 이제 우리 군대도 병사들이 존중받기 시작하면서 힘들기만 했던 ‘할아버지 군대’에서 N-세대 ‘손주 군대’로 발전하고 있다. 국가방위를 위해 기꺼이 젊음을 헌신하는 병사들에게 살만한 군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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