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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지금 내 먹거리에 대한 선택은 가격인가, 건강인가

[기고]지금 내 먹거리에 대한 선택은 가격인가, 건강인가

기사승인 2019. 04. 2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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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철 소장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 구본쳉263소장
우리나라 농민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중 하나는 수입 농산물이 국내 먹거리 시장에 영향을 크게 준다는 것이다.

1986년에 국민 한사람이 일 년에 쌀을 128kg나 소비했으나 2018년에는 절반이하인 61kg로 급감하였다.

반면 98% 이상을 수입하는 밀은 라면, 국수, 빵 등으로 일 년에 33kg 이상이나 소비하고 있다.

한때 ‘우리 밀 살리기’ 운동 등으로 국산 밀 생산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현재는 국내산 밀의 자급률은 1.7% 정도 밖에 되지 않을 정도다.

최근에는 유전자변형 수입식품이 식탁에 오르기 시작하고 있고, 유전자변형 감자까지도 식품용으로 수입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국내 농산물은 일반적으로 값이 비싸다. 실제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쌀, 밀가루의 가격이 수입산에 비해 3~5배 비싸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과거 중국과의 통상마찰 때 ‘전자제품을 팔아야 하니 농산물은 수입하자’라는 기가 막힌 주장이 나돈 적도 있다.

국내 농산물 생산기반을 유지하는 것이 나중에 언제 닥칠지 모르는 식량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전통적인 주장이 아니더라도 현재 국내 농업은 이제 막다른 길로 몰리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 기반의 중심인 100만ha의 논 면적도, 쌀이 남는다, 지역 경제 발전에 필요하다는 현실론 앞에서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경제 논리에 의해 가격이 싼 농산물을 먹을 수밖에 없다고 하면 뭐라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생각해보면 한 번 더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첫째, 우리는 먹거리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대형마트에 가면 싸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수입 농산물이 전시 공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걸 아는가? 심하게 말하면 먹고 싶어도 우리 농산물을 시장에서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둘째, 수입 먹거리의 안전성 문제가 꾸준히 제시되고 있다.

직업 상 평생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하다보면 안전한 국내 농산물의 생산과 소비가 국민건강 확보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선진국들은 국내 농산업 유지와 국민건강을 위해 농산물 자급률을 일정부분 지켜나가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농산물의 안전성을 국가에서 보증하고 있다. 농식품 국가인증제도에는 친환경농산물, 친환경축산물, GAP(우수관리인증), HACCP(안전관리인증기준), 가공식품 KS인증제도, 지리적표시제도(PGI) 등 13개가 있으며, 농식품 인증마크를 부여해 안전성을 보증한다
.
농업을 둘러싼 상황, 즉 농업생산기반을 유지하고 안전 농산물을 국민에게 제공하는 노력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정부는 국내 농산물에 일정한 특혜를 주고 기업은 국내 농산물을 식재료로 소비하는 기업적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국내 농산물 소비가 내 가족을 포함한 국민의 건강한 미래가 있다는 의식이 우리에게도 요구된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의도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내가 먹는 식품의 절반이라도 우리 농산물을 골라 구매하고 소비하면 내 건강을 지키고, 우리 먹거리에 대한 자긍심도 가질 수 있다.

나라의 농업기반 유지는 결국 정부의 의지와 기업의 협조 그리고 국민 개개인의 선한 선택에 달려있으며, 그것은 결국 우리의 생존과도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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