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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원전해체산업의 전제조건

[칼럼] 원전해체산업의 전제조건

기사승인 2019. 04. 2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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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희(연대 특임교수)
우태희 연세대학교 특임교수
2주 전 정부는 원전해체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는 내용의 원전해체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했다. 2035년까지 세계시장 10% 점유를 목표로 초기시장 창출, 전문 강소기업 육성, 글로벌 시장 진출, 제도기반 구축 등 4대 전략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원전해체연구소는 부산과 울산 접경지역에 설치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2022년 완공될 이 연구소는 원전해체산업 육성의 구심점이 되어 새로운 일감을 창출하고 원전해체 기술의 효과성을 검증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글로벌 원전해체시장이 2030년 50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계 38개국에서 가동 중인 453기 원전 중 30년 이상 된 원전은 280기나 되고, 이 중 170기는 5년 이내 가동 중지에 들어간다. 특히, 원전 노후화가 집중되는 2020년대 초 원전해체시장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재작년 6월 고리원전 1호기가 처음으로 영구 정지된 이후 2029년까지 원전 11기가 추가로 정지될 계획이다. 약 22조 원 규모의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이러한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 원전 선행주기 경쟁력이 해체 역량으로 곧바로 연결될 수 없고, 국가별 노형 차이로 해외 진출이 쉽지 않다는 등 비판적 견해가 제시됐다. 필자는 원전해체가 쉬운 시장이 아니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몇 가지 전제조건만 갖추면 도전해볼 가치가 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기술력이다. 나노 복합유체 제염, 원격 해체장비 내방사화 등 핵심기술을 확보해야 안전성에 신뢰를 줄 수 있다. 현재 우리는 96개 원전해체 핵심기술 중 73개 기술을 확보해 선진국의 80%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고급기술을 3년 안에 확보해야 선진국 대비 95% 수준에 이를 수 있다. 또한 원전 건설에서 쌓은 노하우를 해체시장에서 활용하려면 원전해체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 원전해체 과정에서 기술축적이 가능하려면 원전산업 전주기를 소화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생태계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전문인력이다. 한수원에 따르면 현재 확보된 기술자 수는 250명 정도인데, 정부의 로드맵대로 원전을 폐기하면 2030년에 10배 이상의 전문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단순한 전환교육이나 위탁교육 정도로 전문인력이 제대로 양성될지 고민해 봐야 한다. 먼저 산·학·연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외국 기관 제휴 등을 통한 전문인력 양성 등 세부실행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구체적인 해외수주 전략이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면 수주 대상 국가와 협력 방향을 잘 수립해야 한다. 전세계에서 해체가 완료된 원전은 21기에 불과하고, 원전의 전주기를 경험한 나라는 미국·독일·일본·스위스 등 네 나라뿐이다. 그중에서도 미국이 가장 많은 기술을 축적했는데, 어느 국가와 어떤 방식으로 협력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 수주시장이 정해진다. 예컨대 캐나다와 협력관계를 설정하고 비교적 경쟁이 덜한 중수로 원전 해체시장을 먼저 두드리는 등 보완적인 해외수주 전략도 필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글로벌 원전해체시장 진출을 위해 핵심기술 확보, 생태계 조성 및 수주전략을 재점검하기 바란다. 원전해체산업을 육성하고 해외사업을 수주하려면 장기간의 투자와 일관된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가 육성 의지를 표명하고 로드맵을 제시했으므로 업계와 유관기관들이 한 치 오차 없는 세부계획을 세워 지속 발전시키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나라가 세계 5대 원전해체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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