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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경의 속내

[데스크칼럼]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경의 속내

기사승인 2019. 05. 1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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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홍 사회부장.
국회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 법안 등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것을 두고 검찰총장이 ‘국민의 권리 구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함에 따라 문재인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사법개혁에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질 경우 검찰의 사법통제가 폐지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며, 이는 경찰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게 되는 중대한 문제로,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에도 반하는 법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해외출장 일정을 중단하고 조기 귀국하는 강수를 뒀다.

문 총장은 귀국 후에도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와 수사의 개시·종결이 구분돼야 국민의 기본권이 온전히 보호될 수 있다는 논리로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는 수사권 조정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법개혁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디테일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검찰의 반발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급기야 박상기 법무장관은 13일 전국 검사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수사권 조정 법안과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보완책을 제시하는 등 검찰 달래기에 나섰지만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이에 따른 사법개혁 논란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명박정부도 집권 초 검경 수사권 조정을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이 사표를 던지는 등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역대 정권이 사법개혁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지만 미완의 개혁으로 늘 정치권은 물론 정권의 숙제로 남겨졌던 사안이다.

이번 정부의 사법개혁도 출발선부터 예의 검찰 조직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검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수사 지휘권이 경찰에 이관될 경우 전문적인 수사에 한계를 드러낼 뿐만 아니라 국민 권익이 보호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검찰의 수사지휘 강화와 경찰에 대한 통제권한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경찰은 권력기관 간 ‘밥그릇싸움’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하며 맞대응을 자제하면서도 수사권 조정을 통해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권력독점이 사라질 것이며, 검찰이 우려하는 경찰의 정보독점과 부실 수사 문제도 제도적 장치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경의 속내는 권력의 속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한쪽은 국가의 수사권능 작용에 혼선이 생겨 국민 권리가 침해당하면 안 된다는 논리로 그동안 누려왔던 독점적 지위를 내려놓지 않겠다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시대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사법질서가 정립돼야 한다는 논리로 자신들의 권능을 강화하겠다는 속셈이 바탕에 깔려있다.

하지만 수사권 조정은 어느 한 쪽에서 권력을 덜어내 다른 한 쪽에 얹혀주느냐의 문제라기보다는 합리적인 논의를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수사권이 행사돼 국민 권익을 보호하고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권력독점의 폐해를 없애자는 것이 핵심이다.

정작 국민들은 누가 더 많은 수사 권한을 가지느냐에 관심이 없다. 단지 공정하게, 불편부당하게, 그리고 보다 정의롭게 수사 권력이 행사되기를 바랄 뿐이다. 어떤 법안이 국민의 권리 구제에 더 적합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그동안 경찰이 보여준 여러 유착 의혹이나 부실 수사에 따른 위상 추락, 또 검찰 권력이 과연 국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신뢰를 얻었느냐가 이번 수사권 조정에서 중요한 잣대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국민들이 ‘사법개혁’의 본질과 필요성이 무엇으로부터 시작됐는지를 검찰과 경찰에 묻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답이 어떤 모양새로 완성돼 돌아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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