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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철 칼럼] 중국의 신유통 폭발 속 고민, 이윤이 문제

[고윤철 칼럼] 중국의 신유통 폭발 속 고민, 이윤이 문제

기사승인 2019. 05. 3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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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혁신의 가장 대표적인 문제
지금 중국에서는 이른바 신유통이라는 개념이 대세로 통하고 있다. 매스컴의 유통 관련 소식의 대부분을 신유통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당연히 대부분의 관련 기업들도 이를 중국 유통의 도도한 물결이라 생각하고 신유통에 동참하고 있다. 신유통은 한국에도 여러 차례 소개가 된 바 있다. 많은 중국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나 단체, 개인들에게도 이미 낯설 지 않은 단어가 돼 있다.

고윤철
고윤철 전 난징 진잉그룹 백화점 담당 사장./제공=베이징 홍순도 특파원.
신유통은 2016년 10월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이 주창하면서 시작된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당시 그는 “앞으로의 10년, 20년 이후에는 전자상거래라는 말은 없을 것이다. 다만 신유통만이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신유통의 핵심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나아가 물류 이들 3자의 융합이라 할 수 있다.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등의 첨단 기술은 이들이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고 보면 된다.

신유통의 대표 주자는 당연히 알리바바가 대주주로 있으면서 운영하는 허마씨엔셩(盒馬鮮生)이다. 이 회사는 상하이(上海)에서 2016년 1월 작은 슈퍼마켓 규모로 미미하게 출범했다. 그러나 이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수산물, 채소, 과일 등 생산지 직송 식품들이 가득한 허마셴성 매장은 외견만 봐서는 우메이(物美), 월마트 등 다른 대형 마트와 별로 차이가 없다. 그러나 고객과 직원들의 움직임은 확실히 뭔가 다르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우선 고객은 직원들을 상대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저 본인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골라 QR코드로 찍은 후 모바일 장바구니에 담아 주문을 하면 된다. 직원들 역시 손바닥 안의 스마트 기기만 확인하면 된다. 주문을 파악한 다음에는 천장의 레일을 따라다니는 ‘움직이는 장바구니’에 담아 계산대로 보내면 된다. 고객의 거주지가 3킬로미터 이내일 때는 30분 이내에도 배달까지 해준다. 고객이 매장을 찾지 않을 수도 있다. 스마트폰의 앱으로 주문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탓이다. 혁신적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허마셴성은 2019년 4월 말 기준으로 전국에 149개가 운영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올라 탄 혁신적인 업체인 만큼 지속적으로 매장이 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무엇보다 장쑤(江蘇)성 쿤산昆山)시에 있는 매장이 2019년 5월 말 폐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저장(浙江)성 일대의 대리상이 운영하는 4개 매장은 2018년 말 기준 2349만 위안(40억 원)의 적자가 났다. 융후이(永輝) 그룹의 신유통 매장 차오지우종(超級物種)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2018년도 1~3분기에 무려 6억1700만 위안의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존의 신유통 모델이 과연 최상의 모델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닌가 보인다.

결국 허마셴성은 지난 3년 동안의 운영 경험을 토대로 사업에 대한 재검토를 시작했다. 이 결과 여러 문제점이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 온라인을 통한 주문량의 증가에 따라 무료 배송 관련 비용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매장의 이익에 커다란 부담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더불어 중국의 대형 할인점 평균 마진율이 18~20%, 객 단가가 50 위안 정도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신유통 자체가 이익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가 아닌가에 대한 근본적이고도 깊은 고민도 가지게 됐다. 문제점 해결에도 나섰다. 그게 바로 2019년부터 허마셴성 이외에 허마차이스(菜市), 허마미니(mini), 허마F2, 허마샤오잔(小站) 등 새로운 구조의 허마 브랜드 매장을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것이었다. 일단 전략적 후퇴를 했다고 볼 수 있다.

허마셴성을 비롯한 중국의 신유통 업체들의 발상은 신선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혁신을 매장 운영에 도입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익을 내는 것이 간단한 게 아닌 것이다.

기업은 이익을 내지 못한다면 존재 가치가 없다. 물론 아직 중국의 신유통이 어떻게 변화 발전할 것인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중국 신유통에 입점하는 한국 상품들이 더욱 늘어나는 현실을 상기하면 더욱 그래야 한다. 한국 상품들이 신유통의 현재와 변화에 대한 올바로 이해를 바탕으로 이에 맞는 영업 정책을 세우고 그들과 교류하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윤철(전 중국 장쑤江蘇성 진잉金鷹국제상무그룹 백화점 담당 사장, 롯데백화점 중국사업부문장, 농심 베이징지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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