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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복지부, ‘미시정치’에 따른 “원격의료” 도입안 만들길

[칼럼] 복지부, ‘미시정치’에 따른 “원격의료” 도입안 만들길

기사승인 2019. 06. 2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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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논설심의실장)
논설심의실장
미국과 일본·중국은 물론 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국가들에서도 환자들이 스마트폰 원격진료 서비스 ‘할로닥’을 사용해서 영상통화로 진찰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IT 선진국임을 자랑하는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시범사업만 하고 있을 뿐 원격의료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원격의료 도입을 위해 지난 19년 동안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금지하는 의료법을 개정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의사단체 등의 반대에 막혀 개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반대 이유는 원격의료가 대면진료에 비해 불완전하다는 것과 대형병원 쏠림현상으로 동네·지방병원들이 퇴출되는 위기를 맞는다는 것으로 집약된다. 시범사업과 다른 나라들에서의 경험을 보면 원격의료에 대한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아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불완전한 진료에 만족할 환자가 어디 있겠는가. 결국 의사단체의 반대는 가뜩이나 현행 건강보험체계에서 환자들이 대형종합병원으로 쏠리는데 원격의료 도입이 이를 심화시켜 동네·지방병원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에 내재해 있는 문제들이 복잡 다기한 것은 사실이다.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 문제에서부터 가격기능의 약화에 따른 대형병원 쏠림현상, 의료전달체계 상의 문제 등이 그런 것들로 원격의료의 도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이 먼저 해결되지 않았다고 해서 ‘원격(스마트)의료’라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의사단체들의 완강한 반대에 직면해서 보건복지부는 의료사각지대에만 원격의료를 적용하는 매우 제한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런 시도도 의미가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지금의 상황을 돌파할 ‘이론적 시각’과 이를 바탕으로 해서 잘 조율된 원격의료 도입 로드맵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서 꾸준하게 여론을 이끌고 있는 창조경제연구회 이민화 이사장은 최근 “원격의료가 유독 한국에만 허용되지 않는 것은 강력한 이익집단의 반대 때문”이라면서 “이들에게 원격관리 환자 수와 성과에 비례해 보상하는 구조를 만들면 반대할 이유가 사라진다”고 제안했다. 그에 따르면 혈당관리 하나로 3조원 이상의 국부가 만들어지고 원격의료로 국가의료비 140조원의 7%인 10조원이 절감되므로 이 중 3조원만 투입해도 이들의 반대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런 제안을 흘려듣지 말고 의료계 사정에 밝은 보건복지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전략적 방안을 만들기 바란다. 보건복지부뿐만 아니라 여야 정치권도 이런 방안의 마련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 이 이사장의 제안은 1970년대 말 영국에서 ‘미시정치’(Micropolitics)란 이름으로 성공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 영국은 공공부문이 소유한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주민이 전체의 35%일 정도였다. 이들은 정부로부터 임대료 보조금을 받았지만 민간주택 거주 주민들보다 소득이 높은 경우도 많았다. 이런 불공정성과 정부의 재정압박을 해소하려고 1970년 공공주택 임대료를 시장 임대료 수준으로 올리려했지만 실패했다. 공공임대주택 거주자들과 입주 대기자들의 거센 반발 때문이었다. 1979년 두 번째 시도는 성공했다. 공공임대주택 거주자들에게 주택가격을 할인해서 구매할 권리를 주었더니 공공임대주택 찬성론자들이 민간주택으로의 전환 정책의 열렬한 지지자로 표변했기 때문이다.


이민화 이사장의 제안처럼 원격의료의 혜택을 잘 활용해서 원격의료의 가장 강력한 반대세력인 동네·지방병원들도 원격의료의 수혜자로 만든다면, 이들이 원격의료의 도입을 주도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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