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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철의 차이나 비즈니스] 중국 사업의 기준은 중국인이어야

[고윤철의 차이나 비즈니스] 중국 사업의 기준은 중국인이어야

기사승인 2019. 07. 13.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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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엑소더스는 이유 있어
최근 상하이(上海)시에 위치한 일본계 다카시마야(高島屋) 백화점이 2019년 8월 25일을 기점으로 영업을 종료한다고 정식 발표했다. 다카시마야 백화점은 18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일본의 대표적 백화점 중 하나로 유명하다. 일본 내 20여개의 점포를 운영 중에 있다. 이런 다카시마야 백화점이 2012년 12월 외자독자 기업으로 상하이시 구베이(古北)에 정식 오픈을 했으나 최근까지 계속 적자 상태를 면치 못했다.

고윤철
필자 고윤철 전 장쑤성 진잉金鷹국제상무그룹 백화점 담당 사장.
이번 다카시마야 백화점의 폐점 소식은 현지에서 많은 아쉬움과 얘기거리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페점의 원인으로는 입지 선정부터 시작해 점포 내 상품 MD, 마케팅, 중국 시장 및 고객에 대한 이해, 현지화 운영 및 관리 등 여러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과거 다카시마야 백화점이 상하이에 진출하고자 할 때 상하이 정부는 지금의 위치가 아닌 상하이 시민들이 많이 찾는, 황푸(黃浦)구 혹은 루완(盧灣)구의 A급 지역을 첫 번째로, 차선으로 훙커우(虹口)구의 A급 지역을 추천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다카시마야 측은 결국 일본인 등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금의 구베이 지역으로 백화점 위치를 결정했다. 이와 관련, 다카시마야에서 대외연락 및 홍보를 담당했던 전직 중국 직원은 “상하이의 다카시마야는 일본의 경영이념을 그대로 중국에 도입했으나 현지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목표 고객에 대한 이해와 자체 브랜드의 광고 선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중국과 일본의 문화 충돌로 인해 조직 내부의 융합이 부족했다”고 언론에 전했다. 또 한 중국인 전직 간부는 “백화점의 일본인 책임자는 중국인 직원들과 회의를 하지 않았다. 주로 일본인 간부들과 회의를 했다. 매장에서 마주치면 청소를 하라는 것 말고는 하는 얘기가 별로 없었다”고 토로했다.

다카시마야 백화점의 폐점 소식을 접하면서 이것이 그저 중국에 진출한 한 일본 기업의 사례이고 중국인들의 다카시마야에 대한 평가가 단순히 사후 결과론적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왠지 마음이 편치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중국에 진출한 외자 기업의 운영에 대한 중국인들의 위와 같은 반응들은 과거 외국 기업의 중국 진출 초기에도 여러 번 제기가 됐던 내용들이다.

일부 한국 기업들이 사업이 부실화 되면서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한국 기업들은 과연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지, 다카시마야의 문제점들을 우리 기업들이 지금까지도 똑같이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기업들은 중국 고객, 중국 관련 기관, 중국 파트너, 중국 직원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그들의 의견을 중요시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신제품이 나오면 왜 코리아타운에 제일 먼저 분포가 돼야 하는지, 중국 내 매장을 왜 코리아타운이나 외국인 거주 지역에 먼저 열어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어떤 고객의 피드백을 원하는 것인지, 철저히 중국 소비자들의 밀집 지역으로 먼저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 그래야 배우고 이해하는 것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평소 중국인들과의 교류도 없으면서 한국에서 얘기했던 감성 마케팅을 하겠다고 떠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중국인이 아닌 한국인이 쓴 현지 시장조사 보고서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중국 직원들과의 충분한 논의 없이 한국에서 경험했던 행사를 그대로 고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중국 고객들과 자주 교류를 하는지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중국 기업의 인사관리 방식은 공부하지 않고 중국 직원들에게 미지근한 한국식 인사관리를 실시하고 있어 오히려 중국 직원들의 업무가 느슨해지는 것은 아닌지, 중국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함에 있어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그것을 타이트하게 직원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중국 법인의 책임자는 중국 직원들과 얼마나 소통을 하고 있는지는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중국 기업이 한국에 들어와 사업을 진행하면 한국인이 기준이 돼야 한다. 마찬가지로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도 그 기준은 중국인이어야 한다. 그러면 차이나 엑소더스라는 비극도 경험하지 않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중국이 외국 기업들의 무덤이 되고 있는 것은 중국에게만 책임이 있다고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고윤철(전 중국 장쑤江蘇성 진잉金鷹국제상무그룹 백화점 담당 사장, 롯데백화점 중국사업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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