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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칼럼] 중국·러시아 군용기 영공 침범, 그 의도와 한국군 대응 전략

[전인범 칼럼] 중국·러시아 군용기 영공 침범, 그 의도와 한국군 대응 전략

기사승인 2019. 07. 25.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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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현 특수·지상작전 연구회 고문
'방공식별구역 무단 진입' 대부분 의도적 도발
한국군 대응·반응·정보 파악위한 전략
우리군 '정신적 alert' 무장 필수
전인범 장군 1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지난 7월 23일 오전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 5대가 우리 영공과 방공식별구역(KADIZ·Korea 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을 침범했다. 러시아의 TU-95장거리 폭격기와 A-50 조기경보통제기, 중국의 H-6 장거리 폭격기가 대한민국 방공식별구역에서 연합훈련을 했다고 한다.

그 가운데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 A-50이 우리 독도 인근의 영공을 약7분 간 침범해 긴급 출동한 우리 공군 전투기의 경고 사격을 받고 물러났다. 이에 대해 러시아 국방부는 “2019년 군사협력 계획에 의거 러시아 공군과 중국인민해방군 공군이 장거리 군용기를 이용해 아시아 태평양 해역에서 첫 번째 연합 공중 초계 비행을 수행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중·러 영공 침범에 대한 한·일의 대응을 강력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들어 이번까지 카디즈(KADIZ)를 침범한 중국 군용기는 25차례, 러시아 군용기는 13차례다. 한국방공식별구역은 우리나라가 정해 이 구역에 진입하는 모든 항공기로 하여금 진입의 이유와 의도 등을 묻는 구역이다. 방공식별구역은 국제법적인 권리가 있는 영공과는 개념이 다르다. 그렇다고 상대국의 방공식별구역에 무단으로 진입하는 것은 그 구역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외교적 의미를 강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방공식별구역 무단 진입’ 대부분 의도적 도발

또 상대국의 반응과 반응 시간 등 군사적 목적을 두고 의도적으로 진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중국과 러시아의 카디즈 무단 진입과 독도 영공 침범은 중국과 러시아의 연합 군사 연습이었다는 점과 그들의 비행 항로가 이어도를 지나 남해와 동해를 포함했다는 것, 그리고 우리 영공을 침입했다는 것이 이례적이고 매우 주목할 점이다.

러시아가 운행한 A-50은 하늘에 떠있는 레이더다. 여러 대의 다른 항공기의 길을 안내하고 공격이나 방어도 지시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 항공기로 중국과 러시아의 폭격기들이 지시를 받고 항해와 교신을 했으며 비행 항로를 안내 받는 등 유사시에 대비한 연습을 했을 것이다.

5대의 중국과 러시아 항공기 중에서 가장 비행 능력이 뛰어난 항공기인 A-50이 독도 영공에 들어 왔다는 것은 실수라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이탈 후 재 진입하는 등 두 번이나 진입한 것은 분명히 의도된 비행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러시아측의 사과가 있었지만 곧 번복해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우리 군 대응·반응·정보 파악위한 전략

특히 의아한 것은 한국은 물론 주변국들의 외교적 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왜 이런 도발적인 비행을 했을까 하는 것이다. 군사적으로는 우리 군의 대응이나 반응을 가늠해보는 기회로 삼았을지도 모른다. 누가, 어디로, 어떻게 연락하는지, 한국 전투기들의 대응 출격 기지는 어느 기지이며 어떤 기종이 출격하는지, 리고 교신 내용은 무엇인지는 물론 주파수와 레이더 정보 등과 같은 전자전 정보에 대한 수집에도 어느 정도 가능했을 수도 있다. 대응을 위해 출격한 한국 전투기들이 공중급유를 하는지와 한국의 조기공중통제기의 역할에도 관심을 두었을 수도 있다.

이번 군용기의 독도 인근 영공 침범은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의 대응 출격과 반응을 유발하는 등으로 인해 중국과 러시아로서는 서로 간에 새로운 군사협력 가능성과 한·일 두 나라의 정치·군사 안보 면에서의 갈등 조성을 통한 제3자적 이해타산을 계산하게 됐을지도 모른다. 독도에 대한 영공 침범이 한·일 관계는 물론 한·미·일 군사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거나 깨닫는 기회가 됐을 수도 있다.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함의는 무엇일까? 앞으로 이러한 형태의 중·러 연합연습이 한반도 주변에서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 가지 군사적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라도 중국과 러시아는 이런 연습을 계속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공군은 만약에 있을지도 모를 모든 상황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군의 즉각적인 판단과 대응 능력인데 아군의 작전 절차를 다양화해 주변국에게 우리 작전의 노출을 최소화하면서도 영공수호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우리 군 ‘마음의 alert’ ‘정신적 alert’ 무장

또 중·러는 독도에 대한 한·일 두 나라 간의 갈등과 반응 양상을 직접 확인한 셈이며, 만일 이번 침범이 의도적인 것이 아닌 우발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한·미·일 간의 군사협력에 대한 틈과 갈등의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유사한 행태를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느 수준으로 어떤 대응을 해야 할지도 고민거리이다.

이번 사태로 한·일·중·러 4개국의 30여 대의 전투기들이 출격해 공중작전을 했고 360여 발의 경고사격이 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히 위험한 상황으로 확대될 지도 모를 상황을 중·러가 조성했다. 군사적 대치와 대결에서는 종종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또 의도하지 않은 일로 확대되기도 한다.

특히 육상이나 해상에서의 작전이나 대응과는 다르게 공중에서는 즉시적인 판단과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함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이제 우리 공군은 북한 위주의 ‘단일 alert(일종의 비상경보)’에서 중·러·일에 대한 ‘복합 alert’가 가시화 돼야 할 때가 됐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 영공이 침범돼 대한민국 주권과 자존심이 구겨지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잠시도 방심할 수 없는 ‘마음의 alert’ ‘정신적 alert’를 늘 되새기고 있어야 한다. 끝으로 작전을 무리 없이 수행한 조종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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