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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철 칼럼] 한중 합자기업 관리자의 자세

[고윤철 칼럼] 한중 합자기업 관리자의 자세

기사승인 2020. 01. 2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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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자기 주장 삼가고 파트너 배려해야
아시아투데이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 이제 중국의 최고 명절인 춘제(春節·구정)도 되고 해서 현지에 나와 있는 몇몇 회사의 대표들과 자리를 같이 했다. 여러 가지 대화 중에 현지 법인의 운영 특히 합자(合資)법인의 운영과 관련해 얘기가 오갔다. 운영상의 어려움, 해결해야 할 것들,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등 나름 그 간의 중국 경험을 토대로 각자의 의견을 주고 받는 자리가 됐다.

대화 중에 필자가 느낀 소감이랄까 하는 것은 대략 이런 것이었다. 우리가 중국과 수교를 하고 정식으로 대륙에 진출한 지가 어느덧 28년이 넘어 가고 있는데 현지 합자법인을 운영하는 우리의 태도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구나 하는 것이었다. 과거 필자가 현지 합자법인을 운영하면서 겪었던 일들이 지금도 많은 부분 또 다시 반복되고 있었다. 너무도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이에 필자의 경험에 비춰 현지 한중 합자기업 운영 시 한국측 관리자들이 업무상 유의해야 할 태도에 대해 몇 가지 언급하고자 한다.

우선 편을 가르지 말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현지 합자기업은 한국 기업 측과 중국 기업 측에서 각각 약간 명의 인원을 파견해 함께 조직을 구성하게 된다. 양측은 합의를 통해 여러 부서를 서로 나누어 맡기도 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서에는 양측의 관리자가 같이 근무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면 문화나 일하는 방식 혹은 일에 대한 이해도, 언어 등의 차이로 중국 측 기업의 파견 관리자들과 의견 차이가 발생하고는 한다. 이때 간혹 일부 관리자들은 회사 혹은 부서 내 직원들 중에서 자기를 지지해줄 자기편 사람을 만들려고 한다. 이는 간혹 현지 직원들에 대한 불필요한 혹은 과도한 자기 의견 주입이나 호의(?)를 유발하게 되고 정상적인 회사 분위기와 업무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고윤철
고윤철 MJE중국유통경영 대표
이런 편가르기는 종종 회사 내의 의견을 둘로 갈라지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중국 직원들은 실제 일을 처리함에 있어 어찌 할 바를 모르게 된다. 또 일부 한국 측 관리자들은 중국어 사용이 불편하다 보니 중국 측 파견 관리자들과의 소통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들과의 개인적인 유대관계를 쌓는 데도 주저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는 당연히 합자법인의 공통 운영에 적지 않은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비록 언어가 부족하더라도 중국 측 파견 관리자들에게 먼저 다가가 이들과 자주 소통, 교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래야 합자기업이 공통된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다음으로는 중국 측 파트너와 직원들을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간혹 어떤 한국 측 관리자는 자기의 업무 스타일이자 한국식 업무 추진 방식이라면서 파트너나 현지 직원들에게 큰 소리를 지르거나 심지어 기물을 던지는 등의 행동을 보인다. 이런 언행은 중국 직원들에게 커다란 모욕감을 갖게 만든다. 실제 사례를 보면 한 한국 측 관리자가 몇 번 이런 언행을 보이자 어느 날부터 인가 이 관리자가 사무실에 들어 오면 모든 중국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나가버렸다. 이러니 일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었겠는가! 중국 측 파트너나 직원의 업무 진행이 자신과 다르고 자신의 눈높이에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이를 차분히 가르칠 필요가 있다. 방향을 잡아주면 그들도 고마움을 느끼고 열심히 일한다. 파트너나 직원들에게 분풀이를 하지 말고 그들과 소통하는 과정을 이뤄내야 한다.

셋째, 중국 측 파트너와 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하라는 것이다. 자신이 한국에서 해왔던 일의 내용과 방식을 일방적으로 강요해서는 절대 안 된다. 문화와 시장과 소비자가 다르다. 중국 측 파트너나직원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이런 사례도 있다. 한국에서 파견 나온 한 관리자가 자신이 한국에서 진행했던 행사(프로모션)를 중국에서 실행해 보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양측 관련 관리자들과 담당 부서 중국 직원들이 이 안에 대해 회의를 가졌다. 이때 중국 직원들은 제안된 방안을 이해는 하지만 그것을 그대로 중국에 적용하기에는 결과적 효과가 그다지 클 것으로 생각지 않으니, 중국 시장과 고객에 맞게 조정을 해 실시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한국 측 관리자는 자신들이 해온 행사의 내용이나 방식이 선진적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시행의 결과는 극히 미미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말도 모르는 한국 측 관리자가 이 행사를 직접 손에 쥐고 있다 보니 인쇄물의 중요 문구에 오타가 나오는 등 행사 후에도 문제가 이어졌다.

중국 현지에서 합자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위와 같은 문제들이 시발이 되고 쌓여서 결국 합자 파트너들 사이가 멀어지게 되는 케이스가 흔하게 발생한다. 이후 상호 신뢰를 잃어 버리면서 더 이상 합자법인을 운영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 한국 기업이 중국에 파견하는 합자기업의 관리자는 먼저 다른 사람과 융합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상대방을 포용하고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을 보내야 한다. 현지에서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중국 측 파트너나 직원들과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파견자가 업무에 있어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출장 등을 통한 본사의 교육과 지원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고윤철 (현 MJE중국유통경영 대표, 장쑤江蘇성 난징南京 홍양弘陽그룹 상업부문 부회장, 난징 진잉金鷹국제상무그룹 백화점 담당 사장, 롯데백화점 중국사업부문장, 농심 상하이. 베이징 지사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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