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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왜 능력중심의 공정한 채용인가?

[기고] 왜 능력중심의 공정한 채용인가?

기사승인 2016. 11. 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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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철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
경총 이상철 사회정책본부장
이상철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
편의점에서는 상품을 진열할 때 유통기한이 가장 적게 남은 것이 가장 앞에 오도록 진열한다. 유통기한이 지나면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요즘 대학생들은 자신을 유통기한이 있는 상품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대학교를 졸업하는 순간 유통기한이 지나 더 이상 취업 시장에서 팔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재학생으로 최대한 오래 남아 유통기한을 연장하려 한다. 대학교 5학년, 6학년은 이미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졸업이 늦어지는 또 다른 이유는 취업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꽁꽁 얼어붙은 취업시장에서 청년들은 작은 흠이라도 잡히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인턴경험·외국어·자격증 등 각종 스펙을 쌓느라 여념이 없다. 취업을 위한 성형수술까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오는 판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떨까? 지원자들이 앞 다투어 스펙경쟁을 벌이고 있으니 최고의 인재만을 골라 뽑을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경총 조사 결과, 기업들이 평가한 신입사원 업무 만족도 평균 점수는 2012년 77.9점에서 2016년 76.0점으로 소폭 하락했다. 지원자의 스펙은 월등해졌을지 몰라도 업무 수행을 위한 역량은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는 방증이다.

청년들은 과도한 취업준비 부담에 시달리고, 기업 또한 인재선발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분명 사회적 낭비다. 이러한 낭비적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능력중심의 공정한 채용’이 필요하다. 종합선물세트 같은 구색 맞추기식 스펙보다는 특정 직무를 수행할 역량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지원자를 평가하고 선발해, 무의미한 스펙을 쌓기 위해 발생하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직무 수행을 위한 능력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지원자는 굳이 졸업을 유예하면서까지 취업을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기업 입장에서도 업무에 적합한 우수인재를 확보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러한 인식을 기반으로 경총은 지난 11월 16일 ‘능력중심의 공정한 채용문화 확산을 위한 경영계 권고’를 발표했다. 동 권고는 공정한 채용문화 정착을 위해 기업들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채용 시 재학생 우대 조항이 있다면 이를 폐지하고 과도한 스펙이나 신입직원이 갖추기에 무리한 경력을 요구하지 않을 것을 권고했다. 기업이 졸업생보다 재학생을 우대한다는 인식이 사라진다면 졸업유예로 인한 낭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졸업생의 44.9%가 졸업유예 경험이 있으며, 졸업유예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2514억원에 달했다.

일부 기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고용세습이나 취업청탁 역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00인 이상 유노조 사업체 2769개 중 694개(25.1%)에 달하는 기업이 단체협약에서 재직자 자녀 우선채용 조항 등 위법한 채용 규정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불공정한 채용 사례는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더 깊어지게 하고 사회 전반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으로까지 이어지게 되므로, 반드시 없어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능력중심의 채용이 성과 중심의 효율적인 기업 문화로 확대되어야 한다. 개인의 역량과 무관한 직무에 배치·활용되거나 역량을 향상시켜 나갈 수 있는 직업훈련체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으면, 직무능력을 기반으로 한 채용이 의미를 갖기 어렵다. 따라서 채용뿐만 아니라 평가·배치·보상·직업훈련 등 기업의 인사체계 전반을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번 권고가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업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인식전환과 노력도 필요하다. 많은 기업들이 이미 서류심사에서 불필요한 항목들을 제외하고 역량 면접을 도입하는 등 직무와 역량을 중심으로 한 채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따라서 지원하려는 기업의 직무에 맞는 적정 스펙을 준비하는 영민한 취업전략을 세워야 한다.

취업 빙하기가 길어지고 있다. 취업 시장이 좀처럼 해빙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변화는 항상 작은 균열에서부터 시작된다. 투명하고 공정한 능력중심의 채용문화가 견고하게 얼어붙은 취업 빙벽에 변화를 가져올 균열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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