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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토종개를 반려견으로

[기고]토종개를 반려견으로

기사승인 2018. 04. 2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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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영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생명환경부장
개는 어떻게 사람과 가까워졌을까?

약 1만 3천 년 전, 사람에게 순종적인 늑대가 개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늑대는 무리 생활을 하고, 우두머리를 따르고, 서로 협력하며, 빨리 달리고, 사냥하고, 자기 영역을 지킨다. 또한, 낯선 동물을 몰아내고, 냄새를 잘 맡고, 작은 소리를 듣는 장점이 있다.

생활의 편리를 위해 인간은 이러한 늑대의 장점을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개는 수많은 가축 중에서 인간에게 가장 먼저 길들어졌고 인간과 가장 가깝게 지내고 있는 동물이다.

‘카니스 루푸스 파밀리아리스(canis lupus familiaris)’란 개의 학명에서도 알 수 있다. ‘카니스 루푸스’는 늑대의 학명이고 ‘파밀리아리스’는 가족을 의미한다.

가족이란 단어가 학명에 붙은 동물은 개밖에 없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개를 인간의 영혼을 사후 세계로 안내하는 죽음의 신, 아누비스로 섬겼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지’ 위지 동이전 부여조에 말, 소, 돼지, 개를 딴 관직명이 나온다. 개가 당시 중요한 가축이었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기원전 1500년경, 개는 수렵견, 경비견, 전투견, 경호견, 투견 등 실용적인 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은 자신의 생존과 편의를 위해 좀 더 특별한 역할을 해줄 개를 만들었다. 16세기에 사람 가까이 두고 기를 수 있는 다양한 개들이 만들어졌다.

18세기는 사냥이 일반화되면서 다양한 사냥개 품종이 등장한다. 이 시기 많은 품종이 나온 영국은 오늘날 애견 종주국으로서 자리매김하였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애견전람회인 크러프트도그쇼(Cruft’s dog show)도 1891년에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또한 영국과 미국에서는 각각 1873년과 1884년 켄넬클럽을 만들어 품종 유지와 사람과의 관계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대륙 끝에 있는 반도 국가로 대륙에서 가축화된 개가 전래하였을 것이라는 북방설과 함께 한반도에서 자생적으로 순화가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설이 있다.

농촌진흥청 염기서열 검사에 의하면 진돗개, 삽살개, 동경이 모두 모계 조상이 유전적으로 서로 가깝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북방계 개와도 가깝다는 점에서 우리 토종개의 조상이 북방계라는 것이 더 힘을 받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토종개는 외국 개 품종보다 늑대·코요테의 유전자형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한국 토종개들은 개량이 진행되지 않고 야생성을 가진 상태로 우리 풍토와 기후에 적응하면서 토착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국가들이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품종의 개를 만들고 이들이 전 세계 주요 반려동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기르고 있는 개는 662만 마리나 된다.

그러나 이중 토종개는 6종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 혈통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품종은 진돗개, 삽살개, 풍산개, 동경이 4품종뿐이며 마릿수도 그다지 많지 않아 보존대책이 필요하다.

제주개, 오수개, 불개, 고려개 등은 최근 복원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그 숫자가 너무 적어 근친교배 가능성 등으로 복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해남개, 거제개, 발바리, 바둑이(바둑개), 쌀개 등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옛 문헌에만 남아있을 뿐 사실상 멸종된 상태다.

앞으로 우리 민족과 계속 함께하기 위해서는 토종개의 보존과 복원을 위한 큰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우리나라는 많은 품종을 반려동물로 기르고 있음에도 토종개 품종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아 아쉬움이 많다. 토종 품종이 반려견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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