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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당신의 저녁을 응원합니다!”

[칼럼]“당신의 저녁을 응원합니다!”

기사승인 2018. 08. 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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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성_본부장_2
최규성 한국국토정보공사 서울지역본부장
“여러분, 여러분, 모두 부자(富者) 되세요~ 꼭이요!”
빨간색 털장갑을 낀 여성이 두 손 모아 시청자를 향해 외쳤던 한 카드회사 TV광고가 국민들에게 큰 공감을 받았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직선적인 말보다 덕담으로 ‘복 많이 받으라’는 표현으로 돌려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외환위기 한파 이후 불황으로 지쳐있던 대중은 이 광고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부자 되세요’는 유행어를 넘어 2002년 가장 인상적인 캐치프레이즈로 꼽히기도 했으며, 광고와 무관하게 대중이 어디서나 흔히 사용하는 인사말이 됐다. ‘1년에 1억원 모으기’ ‘부자아빠 되기’ ‘10억 만들기’ 등 우리사회에서 부자 되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듯 보였다. 부자 되기 열풍은 재테크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으로 이어져 재테크 서적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 재테크 교육과 어린이 펀드가 유행하기도 했다.

16년이 지난 2018년 대한민국은 ‘워라밸’ 열풍이다. 워라밸은 ‘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로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뜻이다. 최근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2030 청년들이 가장 좋은 일자리 1위로 꼽은 항목은 급여가 아니라 워라밸이었다. 워라밸 세대는 ‘하고 싶은 일’ 보다는 ‘돈, 안전성 있는 일’에 집중했던 기성세대와 달리 연봉보다는 ‘저녁이 있는 삶’ ‘주말이 있는 삶’을 꿈꾸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발표한 워라밸 지수는 10에 가까울수록 일과 삶의 균형을 잘 이뤘고 1에 가까울수록 불균형하다는 의미인데, 2017년 기준 워라밸 1위는 네덜란드(9.3)가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덴마크(9.0)와 프랑스(8.9), 스페인(8.8)과 벨기에(8.6), 노르웨이(8.5)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우리나라 워라밸 지수는 4.7로 조사대상 38개국 중 35위에 머물렀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사회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정부도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특히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이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올 7월 1일부터 종업원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국토정보공사도 최창학 사장이 올 7월 취임하면서 “워라밸 문화를 만드는 것을 공사경영의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밝히면서 공사 구성원들은 유연한 근무, 건전한 회식문화, 연가사용 활성화 등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직장문화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돈을 적게 벌어도 퇴근 후의 삶이 있는 직업을 선호한다고 답하는 이들은 휴식을 사치가 아닌 가치로 여긴다. 저녁이 있는 삶은 ‘적당히 벌고 잘 살기를 희망’하는 워라밸 세대뿐 만 아니라 “아빠, 또 놀러오세요”라고 출근 인사를 받았던 기성세대도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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