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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누가 ‘법꾸라지’를 만드는가

[기자의눈] 누가 ‘법꾸라지’를 만드는가

기사승인 2017. 01. 0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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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김인희 기자
최근 ‘법꾸라지’라는 비아냥 섞인 표현이 유행하고 있다. 의혹이 있고 심증으로는 혐의점이 있는 인물들이 자신들의 해박한 법률 지식과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법망을 미꾸라지처럼 교묘히 빠져나간다는 뜻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의혹 인물인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전형적인 ‘법꾸라지’다. 김 전 실장은 최순실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몇 상자 분량의 서류를 폐기하고 본인의 휴대폰을 초기화하는가 하면 자택의 CCTV 녹화기록마저도 모두 삭제했다. 김 전 실장의 말대로 본인이 최순실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일들이다.

우 전 수석도 마찬가지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의 증인으로 채택되었음에도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번번이 출석을 거부했다. 국조특위가 그를 출석시키기 위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음에도 그는 일부러 잠적해 동행명령장이 집행되지 못하게 했다.

이들이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이 고의로 증거를 인멸하고 동행명령을 회피했다는 심증은 충분하지만 법적으로는 그것을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고위 인사가 얽힌 권력형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 ‘긴급 구인 명령’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거나 동행명령 거부에 대한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법과 제도를 아무리 강화한다 해도 경찰과 검찰 등 사법기관의 집행 의지가 약하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법을 잘 모르고 힘없는 서민들에게는 가장 무서운 것이 공권력의 집행이다. 하지만 오히려 더 높은 기준으로 법 적용받아야 할 고위층들에게 사법기관은 미온적인 수준을 넘어 오히려 우호적으로 보일 때도 있다. 고위층 인사에 대한 사법기관의 대응이 더욱 엄격해지지 않는 한 이러한 권력형 스캔들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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