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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대선주자들 스스로 ‘말의 무게감’ 자각해야

[기자의눈] 대선주자들 스스로 ‘말의 무게감’ 자각해야

기사승인 2017. 02. 2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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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김인희 기자
‘발명왕’ 에디슨은 백열전구를 발명하기까지 2399번을 실패하고 2400번째 실험에서 성공했다. 실험실에서는 실험이 실패하면 실패한 데이터를 기록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다음 실험을 설계할 수 있다. 그것이 실험의 의미이고 성공을 위해 시행착오가 용납되는 이유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자꾸 반복되는 시행착오는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 지도자의 잘못된 판단 한 번으로 국가 전체가 몰락의 길을 걸을 수 있다. 그렇기에 정치인은 말 한마디에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다른 예로, 1960년대 유럽에서는 ‘탈리도마이드’라는 신약이 개발됐다. 이 약은 임산부의 입덧을 진정시키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임산부들 사이에 널리 사용됐다. 그러나 이 약의 사용은 결국 임산부들에게 재앙으로 돌아왔다. 이 약을 복용한 임산부들이 출산한 아기들 상당수에게 팔다리가 기형적으로 짧은 ‘해표상 기형’이라는 장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장 입덧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약의 안전성과 부작용에 대해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도 않은 채 의약품을 남용한 결과다. 당장의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해서 검증되지도 않은 정책을 남발하는 사람은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 당장의 편안함이 평생의 장애로 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의 최근 발언은 그가 대권 행보를 하나의 ‘실험’정도로 생각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안 지사는 지난 19일 부산대 강연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선한 의지로 없는 사람들과 국민을 위해 좋은 정치하시려고 그랬다”며 “그런데 그게 뜻대로 안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정책 성과로 평가받아야 할 정치영역을 ‘개인적 의지’로 평가하려 한다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자 안 지사는 20일 제이티비시(JTBC) 방송 뉴스프로그램에 출연해 “그 누구의 주장이라 할지라도 액면 그대로 선한 의지로 받아들이는 것이 문제의 본질로 들어가는 데 훨씬 빠르다는 경험 때문이고 그게 저의 원칙적인 태도”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해명 발언 역시 ‘합리적 의심’이 권장덕목인 정치인이 해서는 안되는 발언이라는 비판을 불러오고 있다. 결국 안 지사는 실언을 하고 해명하고 또 그 해명발언에 대해 해명해야하는 ‘실험실 정치가’가 돼 버린 상황이다. 애초에 본인이 현실 정치에 있는 대선 주자라는 점을 충분히 자각하고 본인의 말 한마디가 불러올 파장을 충분히 고려했다면 이런 상황에 빠지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비단 안 지사 뿐만 아니라 다른 대선 주자들도 자신의 발언에 대한 무게감을 크게 자각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선 공약으로 나온 ‘완전모병제’나 ‘공공 일자리 확충’, ‘청년배당 전국확대’ 등은 군 복무에 대한 부담감과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너무나도 달콤한 약속들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안보약화와 세금부담 증가라는 그림자가 있다. 진정으로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바로 당장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한 가벼운 발언이 국가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 수 있는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우리 손으로 직접 우리의 미래를 선택해야 하는 국민들도 어떤 후보가 진중하고도 책임질 수 있는 말을 하는지 꼼꼼하게 후보와 인물을 검증하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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