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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사후약방문식 대처’ 특성화고 현장실습 이대론 안된다

[기자의눈] ‘사후약방문식 대처’ 특성화고 현장실습 이대론 안된다

기사승인 2017. 04. 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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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라다
남라다 사회부 기자
지난해 5월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김모군, 올 1월 전북 전주의 한 통신사 콜센터에서 근무하다 업무스트레스로 인해 자살한 홍모양.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19살이라는 점과 기업체에서 실무를 배우기 위해 현장실습 나온 고등학생이란 점이다. 김군과 홍양은 정부가 ‘대학 안가도 성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선 취업 후 진학’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특성화고의 현장실습생들이었다.

고교 현장실습제도의 취지는 그럴 듯하다.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이 취업 전에 학교와 기업체를 오가며 이론과 실무를 배워 ‘실무형 고졸 인재’로 양성하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그러나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사고를 당하거나 목숨을 잃은 학생은 지금까지 한, 둘이 아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현장실습 과정에서 교육을 빙자해 노동 착취에 가까운 일이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다. 김군은 반드시 2인1조로 근무해야 했음에도 혼자서 일하다 사고를 당했다. 일할 시간이 모자라 끼니도 빵으로 때웠다. 홍양도 마찬가지다. 하루 목표량을 채우지 못하면 7시간 이상 근무해야 했고 급여도 당초 160만원을 주기로 약속했으나 첫 달 월급은 113만5000원에 불과했다. 이밖에도 성희롱이나 감시·통제는 물론, 개인 심부름도 시킨 것으로 교육부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 같은 부당행위로 적발된 건수도 465건이나 됐다.

더 큰 문제는 본래 제도의 취지대로 학생들이 전공과 관련 있는 기업체로 현장실습을 나가 실무를 익혀야 하나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취업률과 학교 예산을 연계한 탓에 학교가 빵집과 편의점 등 전공과 무관한 곳에 현장실습을 보내는 경우가 다반사다. 홍양도 애완동물 관련 전공을 했으나 통신사의 콜센터로 실습을 나갔다.

그런데도 교육당국은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보다 ‘사후약방문’식 처방만 내놓고 있어 화를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양이 숨진 지 50여일이 지나서야 교육부는 상시 지도·점검시스템을 새로 구축해 학생 노동인권 침해 사례를 수시로 입력할 수 있도록 하는 사후 대처에만 중점을 둔 미흡한 대책안을 내놨다.

고교 현장실습이 1회성이 되지 않으려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취업률 등 숫자에 매몰되기보다 실습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하나의 처방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나서서 학생들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실습처를 직접 발굴해 연계하고 산학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기에 학교가 전공과 무관한 기업체에 학생을 보내거나 기업체가 부당한 행위를 하면 일벌백계해 앞으로는 학생들의 꿈이 짓밟히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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