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기자의눈] 김상곤 부총리, 교육개혁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선 안된다

[기자의눈] 김상곤 부총리, 교육개혁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선 안된다

기사승인 2017. 07. 07. 0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남라다
사회부 남라다 기자
요즘 ‘내로남불’이라는 문구가 화제다. 교육계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 공약 중 하나인 외고·자사고 폐지를 반대하기 위해 연 학부모 집회에서 나온 피켓구호다.

내로남불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이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장·차관과 청와대 비서관 등 핵심 정책결정권자들의 자녀 14명이 자사고와 외고·국제고 등을 나온 것을 비꼰 것이다.

특히 굵직한 교육개혁을 추진할 새 정부의 첫 교육수장인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마저도 강남 8학군에 3명의 자녀를 보냈고 그간 외고·자사고 폐지를 주장해온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자녀 2명 모두 외고를 보낸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를 비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김 부총리가 지난 5일 취임사에서 외고와 자사고를 포함해 고강도 교육개혁을 예고해 찬반 양론은 더 격해지는 분위기다.

앞으로 교육부가 추진할 교육과제 가운데 고교 입시 문제뿐 아니라 수십년 간 굳어진 고교 체제를 흔들 수 있는 고교학점제, 대학 입시까지 파급력이 큰 정책들이 많다. 과거 정권마다 나름의 판단으로 정책들을 수립해 도입했지만, 사회적 혼란을 불러오거나 부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했다. 멀리 볼 것도 없다. 박근혜 전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했다가 결국 2년여 만에 백지화 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국가 예산이 44억원 이상 들어갔는데, 정작 중·고교의 역사 교육은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급격한 정책 추진은 ‘제2의 이해찬 세대’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해찬 세대는 학력 저하 세대를 일컫는다. 김대중 정부 시절 이해찬 교육부 장관은 과도한 교육에서 학생들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정책적 판단 아래 무한 경쟁체제의 틀을 바꾸지 않은 채 자율학습·0교시·보충수업을 폐지하는 등 갑작스런 정책 변화를 시도했다. 이에 따라 수능 평균 점수가 크게 내려가는 ‘학력 저하’가 초래됐으며 사교육 시장 팽창도 가져왔다.

이렇듯 교육의 변화가 가져올 폐해는 그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김 부총리가 경기도교육감 시절 무상급식·혁신학교 등을 강한 반대에도 밀어붙여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성공을 거둔 이력이 있다고 해서 앞으로 추진할 정책들도 모두 긍정적인 효과만 가져오란 법은 없다. 벌써부터 자사고·외고를 폐지할 경우 강남 8학군이 뜰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 부총리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가며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다행스럽다. 하지만 전국의 교육적, 환경적 상황이 모두 다르기에 찬반 양론으로 나뉜 사안은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룬 뒤 신중하게 학교 현장에 도입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