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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한진해운은 실패한 구조조정, 인정하지 않으면 답 없다

[기자의눈] 한진해운은 실패한 구조조정, 인정하지 않으면 답 없다

기사승인 2017. 08.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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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연
안소연 산업부 기자
“당시에는 안타까워하고 허무해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물류대란부터 수습해야 했으니까요. 시일이 한참 지난 지금 돌이켜봐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세계에서 5위 수준인 한국 산업이 몇 개나 있습니까.”

현재는 사라진 회사, 한진해운에 근무했던 직원은 물류대란의 흔적이 사라진 지금도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해운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을 없애는 것은 단순히 회사 하나가 사라지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정부는 법정관리를 택했다. 해운업의 특성상 법정관리는 곧 청산을 의미했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 31일 법정관리가 시작되자마자 항구도시인 부산은 전에 없던 공포감에 휩싸였다. 부산 지역민들은 ‘한진해운이 망하면 부산항도 망한다, 돌파구를 마련해달라’며 아우성 쳤다. 한진해운에 짐을 실은 화주들은 가늠조차 안 되는 피해액수에 노심초사했고, 해외에서도 물건의 도착이 늦어 각종 박람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까 발을 동동 굴렀다. 해운업계가 경고한대로 회사 하나가 날아간 게 아니라 수출입 산업 자체가 기우뚱했다.

당시 정부와 금융권이 해운업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면 세계 톱 수준이었던 한국 해운을 반 토막 낼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한진해운의 빈자리는 현대상선과 SM상선 등이 메워야 하지만 현재 현대상선마저 적자 상태를 면하지 못하는 등 아직은 역부족이다.

또한 한진그룹은 “해운사업의 재활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한진해운 청산 이후 관련 인력을 20여명 채용하는데 그쳤다. 기업의 책무에도 아쉬움이 짙게 남는 대목이다.

한국 해운이 망가지는 동안 해외 선사들은 초대형 선박을 발주하고 정부가 나서 선사들을 합치는가 하면, 일부 선사는 경쟁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미 규모의 경쟁은 시작됐지만 한국 해운은 새로운 걸음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러 면을 따져 봐도 한진해운은 ‘실패한 구조조정’이다. 해운업에 종사했던 이는 “정부와 금융권이 당시의 판단이 착오였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해운업은 더 나아질 수 없다”고 했다. 구조조정을 진행했던 정부와 금융권에는 자존심 상하는 지적이지만, 이를 뼈아프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한국 해운은 새 시작조차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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