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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장관과 정치인은 달라야 한다

[기자의눈] 장관과 정치인은 달라야 한다

기사승인 2017. 08.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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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박병일
박병일 사회부 차장
취임한 지 두 달이 지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이철성 경찰청장과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 간 벌어진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삭제 논란과 관련 지난 13일 직접 경찰청을 방문해 대국민 사과를 했는가 하면, 23일 전국적으로 실시된 민방위훈련에 장관으로는 처음으로 손수 참여해 대피훈련·응급처치 교육을 받으며 안보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장관에게 지난 두 달여의 시간은 국민뿐 아니라 행정부 내에서 장관으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켜주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김 장관의 행보가 정치인의 보여주기식 행동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경찰청 스스로 해결해야 할 내부의 문제에 대해 장관이 공개적으로 방문해 질타하는 모습을 두고 다소 과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 한 예다. 양옆에 경찰 수뇌부들을 거느린 채 고개를 숙여 대국민사과를 한 것은 잘잘못을 떠나 경찰 자존심을 꺾는 행동이었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제기됐다.

김 장관이 경기 김포시에서 진행된 민방위훈련에 직접 참여한 것에 대한 평가 또한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공습경보 상황에서 걸어서 대피하거나 심폐소생술 시연 때 부정확한 자세를 취하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훈련 참여 취지가 일부 희석됐다는 시선은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장관으로서 현장에서 국민과 직접 소통하려는 모습은 박수받을 일이지만 정치인들의 유세활동 같은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인식될 수 있는 여지 또한 남겼다.

어느 순간부터 국가의 정책이 그 정권의 브랜드로 인식되면서 정책에 대한 이미지 관리는 장관의 주요 업무가 됐고, 이는 정무직인 장관이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결과를 낳았다.

그렇다고 장관이 표에 집착하는 정치인처럼 행동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국가 행정의 최전방에 서 있는 장관직은 민심을 이해하고 정책을 구상해 실행해야 하는 자리다. 정치인은 표심을 얻기 위해 행동하지만 장관은 민심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정책을 펼치기 위해 ‘정중동’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목적이 돼서는 안된다. 현장에서 소통은 미디어를 앞세워야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정치인으로서의 행보가 아닌 행정가로서의 행보에 집중하는 것이 장관의 가치를 한층 끌어올리는 계기가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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