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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현대·기아차, 철저한 현지화 없이는 中 재도약 어렵다

[기자의눈] 현대·기아차, 철저한 현지화 없이는 中 재도약 어렵다

기사승인 2017. 11. 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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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훈 산업부 기자
한국과 중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촉발된 갈등을 매듭짓고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현대·기아자동차가 모처럼 화색을 띠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사드 갈등’ 해소 다음날 중국 출장길에 올라 양국 관계 회복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현대차는 지난 9월 중국에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이후 판매 감소폭을 줄이고 있다. 한동안 현대차를 괴롭혀 온 부품사 대금 지급 지연과 공장 가동 중단 문제도 곧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정 부회장이 ‘관시(關係) 경영’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양국 정부의 관계 회복이 당장 현대·기아차의 판매 성장으로 직결될 가능성은 미지수다. 2012년 9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 분쟁 당시 일본 자동차 회사의 경우 판매 회복에 1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사드 갈등이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 부진을 부채질하긴 했지만, 경쟁력 약화의 근본 원인은 제품 경쟁력 하락이다.

현대·기아차는 독일·일본의 자동차보다 우수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바탕으로 중국 시장에 안착했다. 이후 매년 성장을 거듭했고, 중국은 현대·기아차 전체 판매량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 됐다. 하지만 구형 모델 위주의 라인업으로 양적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가운데 사드 이슈가 겹치면서 올해 중국 판매량이 30% 이상 급감하는 위기에 봉착했다.

중국은 글로벌 기업들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현지·해외 브랜드의 각축장이 된 중국 자동차 시장 규모는 5년 후 연간 3000만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현지 실정에 맞는 전략과 신차 투입이 병행돼야 한다.

현대·기아차는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현지화 전략 2.0’이 핵심 카드다. 디자인 분야의 ‘중국통’을 영입하고 기술 개발과 고객 서비스 부문 현지화를 위해 해외 첫 빅데이터센터를 세웠다. 경영과 판매 부문도 고삐를 죈다. 지난달 중국 합작 법인인 베이징현대의 총경리에 담도굉 중국지원사업부장(부사장)을 임명하고 상품전략·연구개발(R&D) 업무를 통합한 ‘중국제품개발본부’를 신설했다. 중국 맞춤형 체질 개선에 들어간 것이다. 물론 이 같은 노력에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타 브랜드 대비 늦은 타이밍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현대·기아차는 13년 만에 중국에서 누적 판매 1000만대를 달성한 저력이 있다. 폴크스바겐(25년)과 제너럴모터스(GM·17년)보다 빠른 속도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함께 중국 시장에 맞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전기차 투입이 뒷받침된다면 ‘현대속도(現代速度)’라는 고성장 신화의 재연도 먼 얘기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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