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기자의눈] ‘83년생 돼지바’와 ‘민폐 기업’

[기자의눈] ‘83년생 돼지바’와 ‘민폐 기업’

기사승인 2018. 01. 18. 0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정지희 기자
생활과학부 정지희 기자
마케팅은 곧 상품의 이미지로 직결된다. 기발하고 유쾌한 마케팅은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호감도를 높여주지만, 과한 욕심은 생각지 못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최근 식음료업계에서도 신중하지 못한 마케팅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 업체들이 종종 눈에 띈다.

롯데푸드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지난해 베스트셀러 소설인 ‘82년생 김지영’을 ‘83년생 돼지바’로 패러디한 온라인마케팅을 펼치다 소비자의 비난 세례를 받았다. 화제성만을 위해 작품을 희화화함으로써 사회적 차별과 멸시를 감내하는 여성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원작의 의미를 왜곡시켰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롯데푸드 측은 하루 만에 공식 사과문을 내고 “패러디에 집중한 나머지 책 내용이 담고 있는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지 못했다”면서 “특정성향에 대한 편견이나 혐오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일부 소비자들의 주장대로 롯데푸드 측이 페미니즘 운동을 전개하는 여성들을 비하하려는 의도로 이 같은 광고를 만들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이라는 반대 의견에도 어느 정도 공감 가는 부분이 있다. 다만 여성 인권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생길 수 있는 광고라는 점을 간과한 롯데푸드 측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다.

식음료 업체가 여성비하·성차별적 뉘앙스가 담긴 마케팅으로 문제를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해 진행한 매장 이용 캠페인 포스터에서 ‘민폐 고객’을 모두 여성으로 표현해 도마 위에 올랐고, 신세계그룹의 ‘푸른밤’ 소주는 낮은 도수와 높은 도수에 각각 성매매 은어를 연상시키는 용어를 사용해 불쾌감을 준다는 비난이 일었다. 한라산소주는 이주여성 모델을 내세운 광고를 통해 제주어 비하 논란, 여성의 성적 대상화 논란에 휩싸이자 공식 사과를 하고 관련 포스터를 전량 회수했다.

철저한 검증 없이 화제성에만 무게를 둔 광고는 매출 신장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해당 제품 및 기업의 이미지에 지울 수 없는 생채기를 낼 수 있다. 유행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보다 신중한 접근과 적극적인 자정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