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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재건축 규제, 전가의 보도될까 우려

[기자의눈] 재건축 규제, 전가의 보도될까 우려

기사승인 2018. 03. 0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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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정책 반복 시장에 악영향
황의중 기자의 눈
주거환경보다 구조안전성에 중점을 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시행됐다. 비록 소방·주차 기준에 가중치를 줘서 주거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반영했지만, 재건축 문턱을 높였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과 연한에 대한 완화는 2014년 9·1대책으로 시작됐다. 정부로서는 다시 원래 기준으로 복귀한 것이라고 여기겠지만, 재건축을 기다리던 해당 지역 주민들은 정부가 준 것을 다시 빼앗은 느낌일 것이다.

특히 최근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한 강남 아파트들이 먼저 재건축이 되면서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다른 지역 주민들의 심리적 박탈감은 심했다. 지난 3일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주민들이 안전진단 기준 강화에 대한 항의 집회 때 들고 나왔던 ‘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냐’는 문구는 이런 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재건축 속도조절이란 정부의 기대와 달리 개정안이 나오자 목동 등 해당 지역 아파트 주민들은 안전진단을 서두르며 재건축에 속도를 냈다. 정부가 예상보다 개정안을 빠르게 시행한 것도 오히려 재건축을 독려하게 된 이 상황에 놀란 면도 있을 것이다.

사실 서울 집 값이 오르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일자리와 문화의 중심지이면서 공급이 한정된 곳이라는 국내적인 요인과 유동성에 따른 자산 가치 상승이라는 전세계적인 경제 흐름이 일조하고 있다.

지난 박근혜 정부는 여기에 규제 완화를 통한 인위적인 주택경기 부양에 힘썼다. 규제는 풀고 부양할 때는 쉽지만 다시 고삐를 잡으려면 풀 때보다 어려움이 따른다. 더구나 국제적인 경제흐름과 시장의 뒷받침이 없이 규제로 집값을 잡으려는 것은 지난 노무현 정부 때에도 실패한 전례가 있다.

불과 몇 년마다 바뀌는 재건축 대책은 사실상 시장과 투기 세력에 내성만 길러주기 쉽다. 장기간 시간이 걸리는 재건축 사업이 정부 규제에 따라 오락가락하면 가뜩이나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신규 주택공급만이 가능한 서울 주택시장의 사정은 더 어려워진다. 집이 투기의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정부의 주장처럼 재건축 규제도 집값을 잡는 전가의 보도로 쓰여선 안 된다.

과거 정부가 풀어놓은 규제의 고삐를 죌 수밖에 없는 정부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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