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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벤처 생태계 활성화’가 전시행정에 그치지 않으려면

[기자의눈] ‘벤처 생태계 활성화’가 전시행정에 그치지 않으려면

기사승인 2018. 04. 2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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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부 김인희 기자
‘한국에서는 왜 스티브 잡스 같은 혁신적 기업가가 나오지 않나고요? 간단합니다. 벤처 창업을 해도 버티기가 너무 힘들거든요’ 한 벤처기업 대표의 자조 섞인 푸념이다.

통계를 보면 한국은 ‘벤처기업의 무덤’이나 마찬가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17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정부의 벤처 창업 지원정책에 힘입어 벤처기업 수는 사상 최대인 3만 개를 기록했다. 그러나 창업 이후 투자 미비, 판로 개척의 어려움 등으로 창업기업의 62%는 3년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했다. 한국의 벤처기업 생존율은 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스웨덴(75%), 영국(59%), 미국(58%), 프랑스(54%), 독일(52%) 등에 비해 크게 뒤진다. 한국 벤처기업의 생존율은 조사대상 26개국 가운데 25위로 거의 꼴찌 수준이다.

벤처기업에 가장 힘든 것은 자금난이다. 은행 대출을 받으려 해도 실적이 없이는 대출이 불가능하다.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에 아이디어를 공개하고 투자를 요청하려 해도 아이디어를 빼앗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벤처기업이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보호해 줄 제도적 장치가 없다.

정부가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벤처기업과 대기업의 연결고리 역할을 자처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4일부터 ‘스마트미디어 X 캠프’를 통해 스마트미디어분야 벤처기업과 대기업 플랫폼을 연결해주는 행사를 열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이 행사는 벤처기업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공개하고 대기업으로부터 직접 투자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판로까지 개척할 수 있는 취지로 마련됐다. 벤처기업와 대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협력하는 형태로, 벤처기업은 아이디어 도용에 대한 위험부담 없이 대기업의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대기업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신규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다. 우수 컨소시엄에 선정되면 정부가 개발자금도 지원해준다.

하지만 훌륭한 취지에 반해 실질적 지원은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사업에 올해 책정된 예산은 20억4000만원에 불과하다. 지난 4년간의 사업을 통해 총 420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그 중 90개에 대해 정부가 개발자금(79억원)을 지원해 353억원의 매출 증대, 432명의 신규 고용, 21개사의 해외진출 등의 성과를 달성했다고는 하지만 전체 벤처 생태계를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부의 ‘벤처 생태계 활성화’가 전시행정에 그치지 않으려면 벤처기업이 ‘버틸 수 있는 힘’을 위해 더욱 과감한 투자촉진 정책을 내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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