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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남북관계, ‘유리그릇 다루듯’ 세심하게 관리해야

[기자의눈] 남북관계, ‘유리그릇 다루듯’ 세심하게 관리해야

기사승인 2018. 05. 1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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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문제는 유리그릇 다루듯이 하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면담하고 귀환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특사단으로부터 방북 결과를 보고 받으면서 한 당부다.

당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북관계는) 상대방이 있는 문제”라며 “‘불면 날아갈까 쥐면 부서질까’ 조심하려는 것”이라고 문 대통령 당부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자존심이 강한 북한 아니냐”며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16일로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이 이날 새벽 북한의 갑작스런 통보로 전격 무산됐다. 게다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북·미 정상회담의 참석 여부도 재고할 수 있다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폭탄발언까지 나왔다. 전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남측 기자 8명을 초청하겠다는 통보까지 했던 북한이 하루만에 돌변한 배경을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일단 북측이 직접적으로 강하게 비판한 한·미 연합 공중훈련 맥스선더가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이날 통지문에 언급됐던 ‘인간쓰레기’라는 단어에서 볼 수 있듯이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의 최근 행보도 불만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두 가지 이유 외에 북한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만한 뭔가가 또 있지 않겠냐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애써 무시하고 폄하했던 국내 일부 정치권의 막말, 영구적 핵폐기(PVID)와 핵실험장 폐기행사 전문가 참관 요구 등 필요 이상으로 북한을 강하게 압박했던 미국 행정부의 태도에 북한이 불만을 나타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북한의 고위급회담 무기 연기 통보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협상 주도권을 가져가려는데 더 큰 의도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대한 계약이나 협상을 앞두고 상대방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에티켓이다. 좀더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기 위해 소위 ‘밀당’을 해야만 하는 자리라도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하물며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더 나아가 전 세계 평화와 질서 재편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비핵화’라는 민감한 이슈를 놓고 테이블에 마주앉는 자리라면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남·북·미 핵심 당사국들은 물론 중·일·러를 비롯한 관련국들은 세심한 배려를 통해 신뢰를 쌓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접점을 이끌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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