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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판문점 토끼와 싱가포르 거북이

[기자의눈] 판문점 토끼와 싱가포르 거북이

기사승인 2018. 06. 2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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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남북고위급회담을 시작으로 장성급회담, 체육회담, 적십자회담이 연이어 개최되며 군사적 대치 완화, 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 등 체유교류 확대, 이산가족상봉 추진 등에 대한 합의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격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 대한 후속조치가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개별 사안에 대한 논의는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지만 이 같은 남북관계 개선 내용을 종합적으로 담은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 절차는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후 두달여가 다 돼 가는 지금까지도 아직 시작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후속조치가 구체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제는 지금의 국회 상황, 정확히는 야당의 상황이 판문점 선언의 조속한 비준을 기대하기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야당이 내부수습을 놓고 내홍을 겪으면서 후반기 국회 원 구성을 위한 협상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판문점 선언이 국회 비준이 필요없는 선언에 불과하다며 반대 의사를 내비쳤던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입장 변화 여부도 변수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판문점 선언 비준은 물론 남북경협 관련 예산 등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특별위원회 구성을 위해 야당에 조속한 국회 정상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또 문 대통령이 지난 21일 방러에 앞서 신북방정책을 러시아 의회에 협력해달라고 제안한 것에 대해서도 국회가 발맞춰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의 미군유해 송환이 이르면 이번주 중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유해 송환 내용이 포함된 공동성명에 서명한 이후 이뤄지는 첫 이행조치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미군 유해 송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향후 북한의 비핵화 이행조치는 한층 높아진 북·미간 신뢰 속에 진행될 추가 협상을 통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먼저 스타트를 끊은 토끼(판문점 선언)가 낮잠을 자는 사이 뒤늦게 출발한 거북이(싱가포르 선언)에게 추월당해 뒤쳐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 심정을 가진 이는 비단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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