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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검찰의 ‘내로남불’…자승자박 될 수도

[기자의눈] 검찰의 ‘내로남불’…자승자박 될 수도

기사승인 2018. 09. 0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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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준1
사회부 허경준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사법부를 향한 국민의 시선이 싸늘해지고 있다. 최후의 보루라고 믿었던 법원이 판결을 놓고 청와대와 거래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법원이 사법행정권 의혹에 연루된 핵심 인물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잇달아 기각하며 영장을 청구한 검찰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사법부가 제 식구를 감싸기 위해 무리하게 영장을 기각하는 것일 수도 있고,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며 범죄 혐의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진실을 알 수 없으니 어느 한쪽만 일방적으로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는 형국이다. 문제는 검찰이 ‘내로남불’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은 사법행정권 의혹과 관련해 영장을 청구한 뒤 법원이 기각할 때마다 납득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반박 자료를 내고 있다. 특히 전 정권의 장관과 전직 대법관 등 수사 대상자의 실명까지 공개하면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불과 몇 달 전 검찰은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하면서 압수수색·체포영장을 청구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찰이 불만을 표시하자, “수사기관이 누구에 대해 압수수색·체포영장을 신청해왔는지 여부는 향후 진행할 수사상황에 대한 기밀에 속한다”며 “외부에 알려질 경우 수사 대상자에게 수사에 대비할 기회를 공개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되므로 구체적으로 확인해주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검찰이 법원에서 기각이 된 영장 내용을 생중계하고 있는 사이 사법행정권 의혹에 연루된 핵심 인물들은 이미 다들 증거를 인멸하는 등 수사에 대비해 철옹성을 쌓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수사 결과는 이미 불 보듯 뻔한 게 아닌가.

갈 길이 급한데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가며 영장을 기각하고 있는 사법부의 행태에 속이 타 들어가고 있는 검찰의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검찰의 감정적 대응으로 자칫 핵심 증거가 유실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다면, ‘자승자박’이 됐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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