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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허술한 라돈 대책에 병드는 소비자들

[기자의눈] 허술한 라돈 대책에 병드는 소비자들

기사승인 2018. 10. 24.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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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검출에도 안일한 관리감독에 소비자들 분통
기자수첩 박지은 150
“매일 사용하던 제품에서 기준치의 배가 넘는 라돈이 검출됐는데 아무런 조치가 나오지 않아 답답합니다.”

유치원생 아들 등 두 아이를 둔 30대 맞벌이 여성 김씨의 하소연이다. 김씨가 온수매트에서 라돈이 나온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한달 전. 김씨는 지난해 9월 H브랜드의 온수매트를 구매해 아이들이 잘 때 깔아줬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둘째 아이의 기침이 심상치 않았다. 감기에 걸린 것도 아닌데 잦은 기침이 이어졌다. 올봄 대진침대 라돈논란이 불거지자 김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라돈측정기를 구매했다. 결과는 충격에 가까웠다. 매일밤 아이들이 깔고 잤던 온수매트에서 기준치인 4피코큐리의 4배가 넘는 16.9 피코큐리(pCi/L)가 나오고 있었다.

대진침대에서 라돈이 검출된지 5개월, 생활방사선주변안전관리법(생방법)이 시행된지는 6년이 넘었지만 생활방사선 문제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다. 1급 발암물질 라돈은 침대·온수매트·생리대·마스크팩 등 생활밀착 제품에서 줄줄이 검출되고 있다.

관리감독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이번주 내에 생활밀착 제품의 생활방사선을 검사한 결과를 밝히겠다고 했지만, 업체 이름과 제품명은 공개 대상이 아니다. 산업이 입을 피해를 고려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소비자들은 “생활 방사능을 조금이라도 피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은 왜 고려하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직접 라돈측정기를 구매해 내 가족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소비자들만 우후죽순 늘고 있다.

라돈이 검출되는 제품을 발견해도 정부 부처 중 어느 곳에 이 문제를 신고해야할지 모르는 소비자들도 적지않다. 원안위에서 이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제대로 홍보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라돈 검출을 발견한 소비자들 중엔 산업통상자원부·중기벤처부·환경부 등에 전화를 걸다가 지쳤다고 하소연하는 이들도 여럿이다.

대진침대 사태를 겪고도 안일한 원안위의 대처도 문제다. 원안위는 생활방사선 안전제품의 품목 선정과 조사를 한국원자력안전재단에 위탁한다. 재단에 소속된 방사선안전부 생활방사선팀이 현장과 온라인 등에서 라돈이 검출된 제품을 알아보고 조사 대상이 될 후보군을 뽑는다. 매년 100여개의 제품을 확정하고 측정하는데 이 과정이 4~5개월가량 걸린다. 생활방사선팀은 총 6명인데, 제품 실태조사와 품목 후보선정은 3명이 진행한다. 논란 이전엔 단 1명이 이 업무를 진행했다. 겨우 인원이 늘어 3명이 됐지만 이마저도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불안이 커지자 부산·포천·파주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주민들에게 라돈측정기를 1000원에 빌려주는 웃지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그나마도 없어서 못 빌릴 정도란다. 국민안전은 폭염경보 문자메시지만 잘 보낸다고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문제의 제품이 시중에 돌지 않게 하는 것, 소비자들이 문제의 제품을 피할 수 있도록 제대로 알리는 것도 국민안전을 지키는 방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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