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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트럼프들의 시대

[기자의눈] 트럼프들의 시대

기사승인 2018. 11. 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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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국제부 김지수 기자.
바야흐로 ‘트럼프들’의 시대다.

모(某) 나라의 선거 당선자 별칭이 ‘○○의 트럼프’라는 표현은 이제 식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치러진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극우 성향의 사회민주당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가 승리한 것은 ‘트럼피즘’이 불가역적인 시대적 흐름임을 상징하는 이정표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전후 유럽적 민주주의 가치의 기수와도 같았던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의미심장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들이 이처럼 전세계 곳곳에서 득세하게 된 것은 세계 제2차대전의 참상에 대한 통렬한 반성으로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져 온 인권과 환경 등 자유민주주의적 가치와 다자주의의 위상이 ‘먹고살기즘’ 앞에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됐다는 의미라고도 볼 수 있다. 전세계 곳곳에서 “정치적 올바름이 밥 먹여주냐”는 외침이 들려오고 있는 것.

전세계는 고속성장 시대의 종말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파이가 작아졌다는 위기 의식으로 인해 사람들은 글로벌 경제를 ‘제로섬 게임’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내 먹을 것을 지켜야 한다”는 자국 우선주의가 판을 치는 배경이기도 하다.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라고 했던가. 작금의 상황은 2차대전 발발 직전 독일의 상황과 겹쳐 보인다. 취약한 경제 상황, 사회 불안정으로 인한 사람들의 혼란, 강력한 리더십과 레토릭을 앞세운 포퓰리스트의 등장. 포퓰리스트들은 다자주의 질서를 해체하고, 대신 외국인 혐오와 중산층의 불안을 부추겨 국가의 힘을 강화한다.

그러나 트럼프들의 시대는 트럼프 한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나 아렌트는 1963년 발간한 저작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통해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 했다. 홀로코스트와 같은 끔찍한 악행은 히틀러로 상징되는 ‘악마’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가에 무조건적으로 순응하는 ‘평범한 시민 아이히만’에 의해 자행된다는 것이다. 사소한 혐오가 모여 히틀러를 낳는다. 지금이야말로 아이히만들이 ‘내 안의 사소한 혐오’를 돌이켜 봐야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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