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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삼성전자-반올림, 11년만의 화해가 남긴 것

[기자의눈] 삼성전자-반올림, 11년만의 화해가 남긴 것

기사승인 2018. 11.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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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연 기자
안소연 산업부 기자
10년을 넘긴 ‘반도체 백혈병’ 문제가 마침내 종지부를 찍는 날이었지만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장(사장)의 표정은 쉽게 풀어지지 않았다.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반올림 중재판정 이행 합의 협약식’은 11년만의 화해에 이어 사회적 합의라는 선례를 남김과 동시에 삼성 노동 문제에 전환점을 찍는 순간이었다. 다만 삼성으로서는 묵은 문제를 해결했다는 후련함보다 글로벌 전자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앞으로 지고 가야 할 사회적 책무가 생각보다 무겁다는 점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삼성전자는 올해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평년보다 시선을 더 돌렸다. 반도체 호황으로 매출 신기록을 이어간데 그치지 않고 180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 4만명 채용 계획과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도체 백혈병 문제를 무려 11년 만에 종결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제는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내부의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화해는 삼성전자와 반올림에 국한된 이슈는 아니었다. 동종 산업계는 향후 직업병 문제를 해결할 때 이번 사례를 참고하게 됐으며, 전 산업계도 직업병 이슈를 좀 더 무게 있게 다뤄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또한 그 간 의견차를 확인하며 합의에 실패한 경험도 있으나 끈질기게 소통하고 대화하며 결국에는 화해라는 결과를 이끌어낸 점도 매번 반복되는 한국 산업계의 노사 갈등에 경종을 울렸다.

일시적인 보상이 아니라 비슷한 문제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삼성이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 500억원을 출연한 점도 눈길을 끈다.

조정위원회는 권고문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우리 사회가 삼성전자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직도 많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중략) 기업이 자신의 존재를 지속하는 것과 함께 이러한 공동체 생태계가 지속가능하도록 유지시키고 그 다양성에 기여하도록 할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기재했다.

사실 그동안 삼성은 국내를 대표하는 동시에 글로벌 기업임에도 감성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화해는 삼성이 근로자 측과 10년 넘게 대화를 이어왔음을 알리는 계기가 됐고, 삼성전자뿐 아니라 비슷한 산업군의 다른 회사들에도 참고할 만한 선례가 됐다. 어쩌면 이번 화해의 가장 큰 성과는 생각보다 무거운 기업의 책무, 특히 사람에 대한 책무를 삼성이 이행했고 이 과정을 전 산업계가 지켜봤다는 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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