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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中 전기차 공습 앞둔 한국…최소한의 보호장치 필요하다

[기자의눈] 中 전기차 공습 앞둔 한국…최소한의 보호장치 필요하다

기사승인 2019. 05.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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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훈 산업부 기자
‘풍전등화(風前燈火)’. 중국산 전기차의 공습을 앞둔 한국 자동차 시장의 상황은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 신세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가 올해 국내 전기차 부품 시장에 뛰어든 데 이어 중국 국영 기업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이 내년 한국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내연기관차 시장에서 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했던 중국 자동차 업체가 한국 시장에서 ‘전기차 굴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중국은 전기차 시장에서 확실한 주류로 인정받고 있다. 전기차 시장조사업체 EV 세일즈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전기차 판매 상위 기업 10곳 중 절반이 중국 자동차 업체였다. 비야디는 지난해 22만9338대를 판매해 미국 테슬라(24만5240대)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베이징자동차는 16만5369대로 4위, 상하이자동차는 12만3451대로 6위를 꿰찼다. 지리자동차(11만3516대)와 체리자동차(6만5798대)는 각각 7위와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자동차 업체가 전기차 시장에서 무서운 성장을 거듭한 배경으로는 정부의 막대한 지원이 꼽힌다. 중국 정부는 보조금을 비롯해 세제 혜택, 공공 구매, 인프라 확충 등 대대적인 지원으로 전기차 산업을 육성해왔다. 그러나 최근 환경오염 해결을 위한 정부 규제와 무역 분쟁에 따른 경기 둔화가 맞물리면서 중국 자동차 시장 성장에 급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중국 내 자동차 판매는 전년 대비 2.8% 감소한 2808만대에 그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정부는 내년 이후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이미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기존 5단계에서 2단계로 줄이고 주행거리 250㎞ 미만 모델 보조금을 아예 없앴다. 주행거리가 250~400㎞인 모델의 보조금은 대당 1만8000위안, 400㎞ 이상은 2만5000위안으로 50% 이상 축소했다. 중국 자동차 업체가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외국산 전기차에도 동일한 보조금을 주는 한국은 중국에 있어 ‘기회의 땅’으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전체 보조금의 22%를 중국을 포함한 수입차에 제공했고 전기 버스의 경우 보조금의 무려 40%가 수입 중국 버스의 몫으로 돌아갔다. 중국이 자국에서 생산한 차량에 한해 중국산 배터리를 쓰는 경우에만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며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보조금을 타깃으로 한 중국산 전기차의 전방위적인 한국 공습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최소한의 보호 장치다. 전기차 생산 과정에서 화석 에너지 투입 여부를 함께 반영해 보조금 규모를 차등화하는 ‘보조금 차별화 정책’이 대표적인 예다. 정부는 국민의 세금 낭비를 막고 국내 자동차 업체가 안방에서만큼은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정책적인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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