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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현직 검사장 고뇌 담긴 건의에 귀 기울여야

[기자의눈] 현직 검사장 고뇌 담긴 건의에 귀 기울여야

기사승인 2019. 05. 27.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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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
최석진 법조팀장
송인택 울산지검장이 26일 국회의원 전원에게 보낸 장문의 서신을 통해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검찰개혁 및 수사권 조정 방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고검장 승진을 앞둔 현직 검사장이 자신의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에 대놓고 반대하고 나섰다는 건 자리를 걸었다는 얘기고, 그만큼 절실하다는 얘기다.

송 검사장은 해당 글에서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개정법안들은 그 방향이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그간 검찰의 과오가 분명히 있었고, 개혁의 필요성은 모든 국민이 공감하는 것처럼 본인 역시 절감하지만 방향이 틀렸다는 주장이다.

송 검사장은 과연 그동안 문제가 됐던 검찰 수사들이 절도나 강도 같은 일반 형사사건의 문제였는지 반문하고 있다. 특별검사의 수사나 과거사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드러난 검찰의 잘못된 수사는 대부분 정치적 영향이 컸던 사건, 다시 말해 정치권의 손을 탔던 공안사건이나 특수사건 수사였다는 것.

정치권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있는, 검찰총장부터 말단 검사까지 인사를 통해 흔들 수 있는 현행 제도의 개선과 수사에 대한 권력자의 개입을 저지할 수 있는 개혁 방안에 대한 논의 없이, 검찰의 권력을 덜어내 경찰에 주는 방법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改惡)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이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고, 또 그 권한을 남용한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권한을 검찰이 아닌 경찰에 이양하는 것이 과연 문제를 해결하는 정답인지는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송 검사장은 말한다. “검사가 수사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기 때문에 경찰 단계에서 소위 빽이 통하는 일이 적어지고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검사보다 경찰이 더 공정하게 수사한다거나 검사보다 경찰이 형사소송법이 추구하는 진실규명에 더 부합하는 결정을 한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과연 이 같은 송 검사장의 말이 틀렸다고 이의를 달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렇다면 다시 묻고 싶다. “과연 검찰의 권한을 경찰로 옮기는 것이 최선의 개혁인가?”라고. 또 송 검사장의 지적처럼 “과연 이 문제가 ‘일단 한 번 해보고, 아니면 다시 고치면 될 일’인가?”라고 말이다.

지난 2003년 고 노무현 대통령이 마련한 ‘검사와의 대화’ 자리에서 새파랗게 젊은 검사들이 노 전 대통령을 상대로 무례한 질문을 던지며 모멸감을 줬던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백 번 다시 봐도 물론 검사들이 잘못한 일이다. 다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보다 사법연수원 11기수 아래의 판사 출신 여성변호사를 법무부 장관에 앉히는 파격인사를 단행하며 검찰을 길들이려 한다는 검사들의 위기의식에서 나온 반발의 측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16년이 지난 지금, 송 검사장은 정부가 국민의 기본권과 직결되는 수사구조 개혁을 추진함에 있어, 과거부터 갖고 있던 검찰에 대한 불만, 검사들에 대한 보복 심리가 혹 이런 개악의 수사권 조정의 발단이 된 것이 아닌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과연 경찰이 검찰보다 더 법을 잘 알고, 더 민주적이고, 더 공정한가?’, ‘당신이나 당신의 가족이 수사를 받는 상황에 처한다면, 혹은 반대로 당신이나 당신의 가족에게 피해를 준 범인을 고발해 수사를 맡긴다면 당신은 경찰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검찰을 선택할 것인가?’ 이 질문에 솔직한 답을 한 뒤, 정말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 해결책을 함께 고민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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