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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교사’ 이원근 “제 성장의 발판이 된 작품이예요”

[인터뷰] ‘여교사’ 이원근 “제 성장의 발판이 된 작품이예요”

기사승인 2017. 01. 1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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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사' 이원근/사진=이상희 기자
배우 이원근은 '여교사'에서 효주(김하늘)와 혜영(유인영)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무용특기생 재하를 연기했다. 순수와 영악함을 오가며 극의 긴장감을 높인 그는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극중 재하는 알듯 말듯 효주와 혜영의 곁을 오가는데, 이원근은 좀처럼 알수 없는 재하의 애매모호함으로 영화 전반에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직도 감독님이 농담처럼 제가 웃을 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해요. 안웃을 때와 표정이 너무 다르고 표정이 오묘하대요(웃음). '여교사'에서 재하를 표현할 때 중요했던건 애처럼 보여야한다는 거 였어요. 드라마에서 교복입고 나오는 애가 아니라,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열여덟 엷아홉 고등학생이요. 누가 고등학생이 어른같은 말투를 쓰냐고 해서 말투도 고치고 묘한 캐릭터가 됐죠. 제 표정을 통해 관객들이 '그래서 효주를 좋아했다는거야? 아니야?'하고 한번이라도 생각할 수 있으면 성공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원근은 극중 김하늘, 유인영 두 여자의 사랑을 받는 재하를 덜큰 늑대에 비유했다. 

"다큰 수컷 늑대는 정말 멋있지만, 약간 덜자랐을때는 멋있는데 귀엽기도 하잖아요. 그 중간적 느낌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처음엔 소리 지르고 욕 하는 것도 있었는데 감정을 다 보여주면 다 자란 상태가 아니겠냐고 하시더라고요."

여교사를 찍을 당시 만 24세였던그는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감독의 의도 대로 말투, 행동, 표정 하나하나 고등학생처럼 보이기 위해 신경썼다. 

"(베드신보다) 중요하게 신경썼던 건 고등학생처럼 보여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드라마에서 했던 고등학생 연기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또 다른 한가지는 재하는 무용수이기 때문에 항상 허리를 굽히지 말라는 거였어요. 콩쿠르에 나가서 은상까지 탈 정도면 연습량도 많았을 텐데, 자세가 나쁘면 안되니까요. 감독이 리얼리티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서 디테일한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이원근은 쉽지 않았지만 김하늘, 유인영과 베드신도 소화해야 했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제가 주눅들고 챙피해 하면 현장 모든 스태프나 선배님 모두가 힘들어질거라 생각했어요. 선배이기 전에 여자다보니 스킨십이나 베드신 찍을때는 제가 조금이라도 더 당당한 모습 보이고 제가 리드하려고 노력 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공기가 무겁거나 차가워질수 밖에 없어요." 

'여교사'는 계급사회가 만들어낸 열등감 속에서 한 인간이 어떻게 파국으로 치닫는 지 보여주는 영화다. 이원근은 누구나 한번 쯤 빠져들 수 있는 열등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열등감에 대해 저는 조심스럽게 생각해요. 열등감에 빠지면 그 테두리 안에서 못 빠져나오고 한도 끝도 없이 내려가 남과 비교하게 되요. 잘 빠지려고 하지도 않고, 누군가에 잘 빠지지도 않아요. 그런데 질투는 달라요. 생활의 활력이 돼요. '쟤도 했는데, 왜 내가 못해' 이런 식으로 다 받아들이고 오히려 전 쓴소리가 좋아요. 좋은 말만 해주면 전 아직 배울게 많은데 이게 끝인가 싶거든요. 각자 스타일이 있겠지만 만약 그런 것 들이 없다면 성장은 더디겠죠."

'여교사'는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그린 훌륭한 작품이지만, 윤리적 잣대로 들이대면 문제작이 될 수도 있는 작품이다.

"사회적으로 우리 영화가 편견이 있는 건 사실이예요. '여교사'라는 이름과 학생과 선생이라는 구도가 있는데, 현실에서 일어나면 큰일 날 일이니까요. 하지만 이 같은 설정은 감정 상황의 키일 뿐이지, 열등감 혹은 질투심이 극단에 다다르면 어떻게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메시지도 있어요. 그런 시각으로 보면 영화를 보면 쉽게 받아들이시고 보고 나면 후회가 없으리라 생각해요."

이원근의 첫 영화 '여교사'는 치열했던 만큼 그에게 좋은 성장 발판이 됐다. 

"이 영화로 얻은 게 너무 많아요. 개봉까지 1년의 시간이 흘러 아쉬운 게 있는 것도 사실인데 그 조차 전 좋아요. '저 정도면 잘했네'가 아니라 그 당시에는 저 스스로 최선을 다했고 감독님과 제 합도 좋아서 결과에 만족하고 앞으로 조금더 승승장구할 수 있고 배울 수 있고 노력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된 작품이라 소중한 작품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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