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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프리즌’ 한석규 “연기엔 완성이 없어…‘왜’라는 질문에 계속 매달려야”

[인터뷰] ‘프리즌’ 한석규 “연기엔 완성이 없어…‘왜’라는 질문에 계속 매달려야”

기사승인 2017. 04. 1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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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즌' 한석규/사진=쇼박스
배우 한석규는 대중들에게 '연기의 신'으로 통한다. 1992년 드라마 '아들과 딸'로 데뷔해 어느덧 25년 차를 맞은 그에게 사람들은 '연기가 경지에 올랐다'고 말하지만 정작 본인은 강력하게 부인했다.

"개소리예요.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안 되니까, (연기를) 안 해볼까 한 적도 있어요. 아마 해답은 영원히 못 찾을 거예요. 하지만 해답을 찾는 게 중요한건 아니었어요. 찾으려고 발버둥 치는 게 중요하죠. 완성이 중요한 게 아니라 완성하기 위해 계속 하는 게 중요해요. 제가 생각하는 연기는 완성되지 않는 일이예요."

최근 인터뷰를 위해 만난 한석규는 느릿하고 장황한 말 속에 뼈있는 한마디를 던지며 그 만의  아우라를 풍겼다. 질문은 받지 않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겠다던 그는 자신이 배우가 된 이유에 대해 꺼내놓기 시작했다.

"중·고등학교 때 쭉 노래를 했어요. 노래를 잘한다고 칭찬을 받으니까 음악시간이 즐겁고 재밌었죠. 사람은 칭찬이 중요해요. 노래도 감정을 실어서 부르는데 그때부터 좋았나바요. 그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봤는데 온 몸에서 전율이 흘렀어요. 저는 많은 연기자들에게 왜 연기자가 됐냐고 물어봐요. 저는 그때 감동하면 몸이 찌릿찌릿해지는 걸 겪었어요. 그런 예술적 경험을 통해 배우의 길로 들어서게 됐어요."

하지만 그 '전율'을 자주 느끼는 것은 아니다. 안달할수록 그 전율은 오히려 달아나버린다고 했다. 오히려 느끼거나 말거나 할 때 느낀다는 것. 그러면서 연기라는 행위는 '왜'라는 질문에 계속 매달리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제가 생각하는 연기는 일로써 완성되지 않는 일이예요. 인간이 완성체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연기는 곧 사람이 하는 일을 하는 건데 왜 저런 일을 했나 라는 식으로 연기자는 왜 라는 질문에 계속 매달리는 일이죠."

한석규는 '프리즌' 속 자신이 연기한 익호 역시 '왜 나일까'를 고민하고 매달렸다. 교도소 내 권력 다툼을 다룬 영화에서 익호는 정부 고위층과의 뒷거래로 죄수들의 왕 노릇을 하는 인물이다. 데뷔 이래 첫 악역을 맡은 그는 따뜻한 카리스마를 보여준 '낭만닥터 김사부'와는 전혀 다른 비열한 인물을 연기했다.

"'뿌리깊은 나무'를 할 때 김 작가에게 '군주론'이라는 책을 선물받았어요. '군주론'을 읽으면서 섬찟했어요. 왕에게 우매한 이들을 통치하기 위해 이렇게 하는 게 좋다는 내용을 담은 책이거든요. 금서죠. 절대 읽히면 안 되는 책. 그 책을 오랜만에 읽어봤는데 '프리즌' 속 익호에게 적용시키고 싶었어요. '프리즌'의 소제목이 '영원한 제국'인 것처럼 영원한 제국을 한 번 이뤄보자고 생각했죠."

나아가 그런 익호를 연기하기 위해 '동물의 왕국' 속 하이에나의 이미지를 차용했다.

"예전에 '동물의 왕국'에서 눈깔 빠진 하이에나를 본 적이 있어요. 다른 무리한테 공격을 받은 천덕꾸러기 수놈이었는데 입도 다 뜯기고 코도 살점이 다 떨어져나갔었죠. 그런데도 그 하이에나는 살아보겠다고 걸어가는데, 저게 익호라고 딱 생각됐어요. 전에 봤던 그 느낌을 익호에게 입혔죠." 

유독 신인 감독과의 작업이 많았던 그는 신인 감독과의 작업을 선호(?)하는 이유와 함께 최근 충무로에서 흥행 위주로 제작되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 배우가 해야할 일에 대해 이야기 했다.

"신인 감독과의 작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상 계속해서 새로움을 추구해야하기 때문이에요. 제가 안주하지 않고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게 신인 감독이 도와주죠. 미국에는 아메리칸 뉴 시네마, 프랑스에는 누벨바그 시대가 있듯이, '뉴코리안시네마'도 필요한 게 아닌가 싶어요. 대학 때 관객으로써 여러 영화를 봤는데 그때 이장호 감독의 '바보선언'이 기억에 남아요. 뭐야 싶을 정도로 굉장히 풍자적인 영화예요. 당시에는 검열이 심하니까 기껏 표현할 수 있는 게 국회의사당 앞에서 바보처럼 춤을 추는 거예요. 그때는 그렇게 밖에 표현을 못했지만, 그게 우리들이 하는 일인 것 같아요. '풍자, 가짜를 통해서 진짜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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