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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시간위의 집’ 김윤진 “월드스타? 실상 마트가면 얼굴도 못알아봐요”

[인터뷰] ‘시간위의 집’ 김윤진 “월드스타? 실상 마트가면 얼굴도 못알아봐요”

기사승인 2017. 04. 1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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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위의 집' 김윤진/사진=페퍼민트앤컴퍼니
배우 김윤진이 국내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하우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로 돌아왔다. 

김윤진이 3년 만에 복귀작으로 선택한 '시간위의 집'(감독 임대웅)은 집안에서 발생한 남편의 죽음과 아들의 실종을 겪은 가정주부 미희가 25년의 수감 생활 후 다시 그 집으로 돌아오면서 발생하는 사건을 긴장감 있게 그려낸 영화. 그동안 한국 공포 영화에서 보여준 적 없었던 비주얼과 사운드로 극한의 공포를 선사하며 영화를 본 관객들은 "무서운 '인터스텔라'" "한국판 '컨저링'" "'검은 사제들' 이후 가장 쫄깃한 호러 드라마" 등의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윤진은 극중 젊은 시절의 미희, 노년 시절의 미희를 연기해 1인 2역에 가까운 연기를 펼쳤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윤진은 월드스타라는 명성에도 소탈한 면모를 뽐내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출연은 단숨에 결정 했어요. 솔직히 제가 데뷔한지 20년 정도 됐는데 이런 류의 한국영화를 받아본 적이 없어요. 여배우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1인 2역 같은 역할은 정말 오기 힘들거든요. 살아보니 생각보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더라고요. 기회가 왔을 때 빨리 잡아야 하기 때문에, 대본을 읽고 설레는 마음으로 결정했죠."

김윤진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6월의 일기' '세븐 데이즈' '이웃사람' 등 유독 스릴러 영화가 많은데, 그의 취향이 한몫했다. 김윤진은 평소에도 스릴러를 즐겨보며 추리하고 결말을 맞히면서 쾌감을 느낀다는 것. 

"굉장히 좋아하는 장르예요. 저는 옛날부터 '식스센스', '유주얼 서스펙스', '세븐', '디아더스'같은 영화를 보고 자라 와서 그런지 그런 영화가 좋아요. 한 영화 안에서 시원한 반전이 있는 것도 좋고, 퍼즐 조각 맞추는 것처럼 미리 예측하고 그게 맞아떨어지면 '난 알고 있었어' 외치는 쾌감도 좋고요. 깔끔한 러닝타임까지 저희 영화에 만족해요."

김윤진은 극중 25년전 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미희 역을 맡았다. 전작 '국제시장' '이웃 사람' '세븐데이즈' '하모니' 등에 이어 연거푸 엄마 연기를 해온 그에게 자연스럽게 '모성애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게 됐으나, 그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이는 것을 꺼려했다.

"모성애라고 해서 다 같은 종류의 모성애는 아니에요. '6월의 일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엄마 역할을 해왔는데 나름 다른 느낌의 모성애였죠. 잘못된 모성애도 있고, 복수하는 모성애도 있고, 이번에는 운명을 바꿔주는 엄마였죠. 사실 국내에서 여배우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의 폭이 넓지 않아요. 그 현실 속에서 조금이나마 다른 느낌을 내려고 노력했는데 모성애로 뭉뚱그려지는 건 걱정이죠. 그럼에도 모성애는 좋은 무기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고, 우리 영화처럼 비현실적인 스토리도 공감이 되게 만드는 아주 좋은 무기죠."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 중인 그는 최근 '미스트리스' 시즌4를 마무리 했다. 미국 활동에 전념하는 동안 한국에서는 3년 정도의 공백기를 갖게 됐다. 더 자주 작품으로 관객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과 달리 현실적으로 좋은 대본과 여성 캐릭터가 없다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확실히 다양성이 없어요. 지금의 20, 30대 여배우들이 다양한 캐릭터를 맡지 못한 건 더 이상 여배우들만의 고민이 아니에요. 여자 영화를 재밌게 만들면 다 해결되는데 투자사나 제작사, 감독 모두의 책임이죠. 내가 좀 더 잘할걸 선배 여배우로서 미안함과 책임감도 들고요. 이제 잠시라도 머문 우리 영화계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김윤진은 월드스타 1세대로 꼽히지만 그 같은 수식어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월드스타라고 하시지만 사실 마트 가면 아무도 못알아봐요. 진심으로 월드스타가 되라고 응원해주는 말 같아요. 댓글을 봤는데 '진정한 월드스타는 이름 앞에 안 붙어요'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맞는 말이예요. 톰크루즈 이름 앞에는 월드스타가 안 붙잖아요. 다만 다른 배우들이 '김윤진도 해외 진출하는데 나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한번쯤 생각할 계기를 줬다면 뜻깊은 일이에요."

김윤진은 '시간위의 집'을 마무리 하면 미국으로 돌아가 차기작을 준비할 예정이다.

"미국에서 동양 여자 역할은 잘 없어요. '미스트리스'도 '로스트'도 제가 오디션을 보고 바뀐 케이스예요. 그러려면 그들에게 '꼭 백인일 이유가 없지 않나' 하는 가능성을 보여줘야해요. 미국에서는 오디션 대본이 전날 와요. 주인공급이면 페이지가 8~12페이지 정도 되는데, 저는 오디션 경험이 많지 않아서 다른 배우들은 대본을 들고 오디션 보는 게 숙달이 잘 돼 있지만 저는 그렇게 하면 몰입이 깨져요. 무식한 방법으로 외우려고 노력했는데, 이젠 그 테크닉을 더 연습해서 덜 스트레스받으면서 오디션을 보려고 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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