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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귓속말’ 권율 “섹시하다는 칭찬 쑥쓰러웠죠”

[인터뷰] ‘귓속말’ 권율 “섹시하다는 칭찬 쑥쓰러웠죠”

기사승인 2017. 06. 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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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귓속말'에서 강정일을 연기한 배우 권율 인터뷰
'귓속말' 권율 /사진=정재훈 기자

 지난달 23일 종영된 SBS 드라마 '귓속말'(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은 쉴새 없이 반전의 반전을 거듭했다. 따라가는 시청자는 물론 배역을 소화해야 하는 배우에게도 쉬운 작품은 결코 아니었다. 


'귓속말'은 법률회사 '태백'을 배경으로 적에서 동지로, 그리고 결국 연인으로 발전하는 두 남녀가 인생과 목숨을 건 사랑을 통해 법비를 통쾌하게 응징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권율이 연기한 강정일은 타고난 금수저 엘리트다. 뛰어난 능력으로 탄탄대로를 걷던 그에게 갑자기 나타난 이동준(이상윤)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었다. 


권율은 선한 얼굴을 가졌지만 그가 해온 악역은 꽤 된다. '귓속말'의 이명우 감독이 권율을 캐스팅 하게 된 영화 '사냥'을 포함해 '귓속말' 바로 전의 작품인 tvN 드라마 '싸우자 귀신아'에서도 그는 순진한 얼굴을 하고도 잔혹한 악인을 보여주기도 했다.


"'귓속말' 속 강정일을 선택한 건 단면적인 악의 모습 때문은 아니었어요. 악행을 위한 캐릭터가 있는 반면, 강정일은 굉장히 평탄한 삶을 살다가 갑자기 이동준(이상윤)이 나타나면서 삶이 흔들리기 시작해 악행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들을 하죠. 저는 박경수 작가님이 예전에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에는 절대선이나 악은 없다는 것을 보고 굉장히 끌렸고 그게 강정일로 투영됐어요. 캐릭터가 굉장히 입체적이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죠. 강정일을 결코 '악'을 위한 인물로 만들고 싶지 않았고 시청자분들도 강정일의 단면적인 면만 봐주신 게 아니라 굉장히 기분이 좋았어요."


반전의 반전이 거듭됐지만 통쾌한 '사이다' 장면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동준이 승기를 잡을 것 같으면 강정일이 바로 채어갔다. 일각에서는 '고구마 전개'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사실 매회 통쾌함을 줄 수 있는 드라마도 있지만 '귓속말'은 긴 호흡이어서 그럴 수는 없었던 것 같아요. 작가님이 주려는 메시지 자체가 세상의 법비와 싸우는, 거대한 권력과 맞서 싸우는 인물들을 그리려고 했기 때문에 에피소드별로 통쾌함을 주기보단 마지막에 극복하고 이겨내는 이야기를 그려냈죠."


권율은 평소 예민함이 큰 배우는 아니었지만 '귓속말'을 하면서 계속 극한의 상황을 맞닥뜨려 평소보다 예민함이 짙어졌다고 고백했다. 


"감정적으로 늘 힘들었어요. 제가 연기를 하면서 예민해지는 타입은 아니고, 또 연기와 실제 삶을 잘 구분한다고 자부하는 사람이었는데 이번에 저는 좀 예민했던 것 같아요. 그만큼 연기 자체가 힘이 들었고 강정일과 극한의 상황들을 함께 해나간 것 같아요. 굉장히 집중을 했죠."



특히 화제가 됐던 건, 결국 감옥에 갇힌 강정일이 너무도 평소와 같이 푸쉬업을 하며 다음을 기약했던 모습이다. 시청자들은 반성하지 않는 강정일을 보고 '귓속말'의 시즌2를 예견하기도 했다.


"강정일이 반성을 하지 않았다기보단 늘 그래왔던 것처럼 또 다음을 준비하는 거죠. 감옥을 나가서의 삶을 도모한 것이에요. 자신의 삶을 끝까지 스스로 지켜내려고 하는 의지의 표현이었다고 봐요. 처음부터 끝까지 표현하려고 했던 강정일의 프로페셔널함을 마지막에도 보여줬어요."


이 때문인지 권율을 향해 '섹시하다' '뱀파이어 같다'는 칭찬도 많았다. 권율은 이러한 칭찬에 쑥스러운 듯 웃음을 지으며 "섹시하다고 생각 안 했다"고 손사래를 쳤다.


"아무래도 예민한 연기를 하다 보니 핏줄도 보이고 목에 핏대도 서고 눈도 빨갛게 충혈 되니까 뱀파이어처럼 보인 것 같아요. 그런 연기를 할 때는 '귀신보다 더한 에너지가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섹시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감사한 칭찬이라고 생각합니다."


권율은 오랫동안 무명 배우로 지내오다 영화 '명량'을 터닝포인트로 새로운 배우의 삶을 살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도 인생 작품으로 '명량'을 꼽기도 했다. 


"처음엔 기획사도 없이 혼자서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컸어요. 힘들기도 물론 힘들었죠. 하지만 한 번도 제 스스로를 의심해본 적 없어요. 아둥바둥 배우에 대한 꿈을 붙들고 있었지만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에너지로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그래서 쌓아온 것들을 지금에서야 많은 분들 앞에서 연기하고 표현하고 있어요. 연기파 배우로서 무언가를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더 많이 배우고 할 게 많은 배우라고 생각해요."


천천히 성장해온 만큼 권율은 이미지만큼이나 선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훗날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막연하지만 나중에 제가 배우로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해요. 제가 어떤 재능 있는 예술인들을 후원하기도 하고 멘토도 되고, 제 말이 공신력을 가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말 한 마디가 굉장히 소중하고 큰 영향력이 있는 배우요. 그렇게 되기 위해 매 작품, 목에 칼이 들어왔다는 심정으로 열심히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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