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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구해줘’ 조성하 “여태껏 없었던 작품, 함정에 빠지지 말길”

[인터뷰] ‘구해줘’ 조성하 “여태껏 없었던 작품, 함정에 빠지지 말길”

기사승인 2017. 10.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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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에서 사이비 교주 백정기 역을 연기한 배우 조성하 인터뷰
'구해줘' 조성하 /사진=HB엔터테인먼트, 카페 라쏨

 배우 조성하는 여러 얼굴을 가진 배우다. 이번 '구해줘'에서 연기한 백정기 역시 조성하가 아니었으면 상상할 수 없는 어려운 인물이었다. 백발에 흰 옷을 입고 사람들의 믿음을 강요하는, 사이비 종교의 영부는 조성하의 연기로 완벽하게 완성될 수 있었다.


지난달 종영된 OCN 드라마 '구해줘'(극본 정이도, 연출 김성수)는 인기 웹툰이 원작인 작품으로 사이비 종교 집단에 맞서 첫사랑 임상미(서예지)를 구하기 위해 모인 4인방의 고군분투가 담겼다. 가장 중요하고 어렵기도 했던 역할은 교주 백정기 역이었다. 조성하는 백정기 역을 위해 제작진이 요구하지 않아도 스스로 백발로 염색을 했고, 시청자들에게 어떤 느낌을 줘야 하는지에 대해 끝없이 고민했다.


조성하는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구해줘' 종영 인터뷰 자리에 백발이 아닌 흑발로 나타났다. "검은 머리가 낯설다. 아내가 가장 서운해 한다. 백발이 잘 어울렸는데 왜 검은색으로 다시 염색했냐고 하더라"라고 농담을 건넨 조성하는 "탈색만 16번을 했다. 더 이상 염색을 하면 위험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백발이 다들 멋있다고 해줘서 뿌듯했어요. 백발에 흰 양복을 입고 나타나면 스태프들이 '멋있다' '신의 한 수다'라고 많이들 말해줬죠. 시청자들도 백정기의 모습에서 많은 감정을 느끼신 것 같아 보람 있었어요."


백정기는 사이비 종교 구선원의 교주로 활동하며 마을 사람들을 현혹해 이익을 취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던 중 임상미의 가족을 끌어들였고, 임상미와 새천국 결혼식을 진행, 시청자들의 소름을 돋게 한 인물이었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사이비에 대한 자료나 영상을 많이 봤고 기독교 목사님들을 기반으로 하는 사이비 종교들이 많기 때문에 목사님들에 대한 공부도 했어요. 시청자분들이 알기 쉽게, 사이비 종교의 그들처럼 보이게 생각을 하고 연습을 하고 표현을 했죠."


사이비 종교는 일반인들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어있다. 누구나 한 번쯤 길을 가다 대뜸 말을 걸어오는 이들을 만난 경험이 있을 정도다. 그래서일까. '구해줘'는 매번 답답한 전개가 이어졌다. 어쩔 수 없이 사이비 종교에 속고 그들을 맹신하며 자신을 잃어가는 인물이 많았던 만큼 시청자들은 '사이다 전개가 보고 싶다'며 항의 아닌 항의를 하기도 했다.


"'고구마 전개'에 대한 반응을 저도 알고 있어요. 만약 '구해줘'가 100부작이었으면 100부작까지 '고구마 전개'였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제작진 입장에선 실제 사이비 종교 안에 있는 사람들은 더욱 답답했을 거라고 생각했죠. 우리가 그것을 알지만 지켜만 보는 입장이라면 그것만큼 답답한 일은 없을 거예요. '구해줘'만이 가진 포인트 중 하나였고, 어찌 됐든 마지막에 백정기는 죽었으니 더욱 '사이다'가 된 면도 있죠."



/사진=CJ E&M

'구해줘' 마지막 회에서는 백정기가 온 몸이 불에 타 결국 죽는 장면이 그려졌다. 조성하는 마지막 회 대본을 보고 충격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현장에 안 가려고 했어요. 죽고 싶지 않았거든요(웃음). 구선원 전체의 중심에 서있던 게 백정기였고 모든 것을 시작해서 마지막까지 계획했던 것도 백정기였어요. 본인은 선한 척, 온화한 척,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인 척 흰 옷을 입고 다녔죠. 권선징악으로 봤을 땐 백정기가 죽음을 맞이하는 게 맞아요. 하지만 또 다른 피해자를 위해 열린 결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도 했어요. 시원한 결말도 좋지만 아직 현실에 남아있는 이야기, 계속 되는 이야기, 또 다른 피해자가 있잖아요. 어느 틈에 우리 옆으로 다가올지 모르는 사이비를 경계할 만한 결말이었어도 좋았을 것 같아요."


특히 화제를 모았던 건 백정기의 새천년 결혼식 아내가 될 임상미의 방언 장면이었다. 임상미는 예비 영모 교육 과정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뜻으로 신도들 앞에서 '영성 훈련' 결과물인 '새하늘님의 언어'를 선보였다. 임상미는 실제 방언을 터트린 것이 아니라 '연기'를 하는 것이었지만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실감났던 연기라는 극찬을 받았다.


"서예지 씨의 방언 연기를 옆에서 봤죠. 그 전에 백정기도 방언하는 장면이 있었고 임상미의 아버지 임주호(정해균)도 방언을 했었어요. 저는 실제로 '방언'에 대해 알지 못해서 추상적으로 상상해서 하는 방언을 했지만 서예지 씨는 독실한 크리스찬이라 본인이 보고 경험했던 것들을 최대치로 가감 없이 살려서 표현했어요. 서예지 씨가 열심히 준비했던 만큼 현장에서도 넋을 놓고 봤죠."


'구해줘'는 '사이비 종교'라는 특색 있는 소재임에도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최고 시청률은 4.5%(닐슨코리아·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하며 OCN에서 좋은 성적을 남기기도 했다. 조성하 역시 이러한 인기를 실감했고 특히 둘째 딸이 '구해줘'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인기가 장난 아니었어요(웃음). 우리 둘째 딸이 웬만해선 제가 출연하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하는데 '구해줘'는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런 반응을 보면 정말 성공했다고 생각해요(웃음). 특히 10대부터 50대까지 전 연령층이 사랑해준 작품이에요."


조성하는 '구해줘'가 인기 있었던 만큼 대중들에게 오랫동안 기억이 남는 작품이 되길 바랐다. 다른 이유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심어준 경각심이 오래 남아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구해줘'는 여태껏 없었던 작품이고 모두가 처음 보는 작품이에요. 누구나 알고 싶었던 세계의 이야기였고 그 가운데 중심에 서있는 교주라는 인물이 어떤 자태를 하고 있는지 보여드렸어요. 분명 우리들은 어떤 위압적인 느낌만 가지고 그들을 따라가지 않아요. 그 함정에 빠지면 안 돼요. 여러분들이 답답함만 느끼셨는지, 혹은 앞으로 사이비가 다가오면 그들을 구별해낼 수 있는 의식이 생기셨는지 궁금해요. 선을 빙자한 악이 다가올 때 구별해낼 줄 아는 힘이 생겼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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