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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연의 오페라산책]서울시오페라단의 ‘돈 조반니’

[손수연의 오페라산책]서울시오페라단의 ‘돈 조반니’

기사승인 2019. 11. 0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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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아트로 뒷받침한 무대 위 성악가들 호연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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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돈 조반니’의 한 장면./제공=서울시오페라단
서울시오페라단이 올해 하반기 정기공연으로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를 무대에 올렸다. ‘돈 조반니’는 모차르트 오페라답게 많은 수의 인물이 빈번히 등장하고 무대는 다양하게 전환된다. 이번 작품은 서울시오페라단 이경재 단장이 연출을 맡았다. 연출가로서 이경재 단장은 지난 10년 동안 서울시오페라단과 많은 작업을 해왔다. 특히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등에서 ‘세비야의 이발사’ ‘돈 파스콸레’ ‘코지 판 투테’ 등을 연출하며 상대적으로 작은 오페라 무대에서 반듯하고 아카데믹한 공연을 선보이는데 강점을 보였다.

지난달 30일 필자가 관람한 ‘돈 조반니’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됐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크고 넓으며 가로로 긴 무대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경재 연출은 필요 이상으로 큰 무대에서 공연되는 이번 오페라를 위해 공간의 많은 부분을 화려한 디지털 아트로 보완했고, 그것은 적재적소에서 빛을 발한 조명과 좋은 조화를 이뤘다.

어두운 가운데 펜화를 그리듯 서서히 펼쳐지는 배경으로 시작된 1막에서부터 돈 조반니가 지옥불에 떨어지는 극적인 결말에 이르기까지, 프로젝션 맵핑 기법을 활용한 미디어 아트는 무대 곳곳을 장식하며 시간과 공간을 바꿔주었다. 특히 2막의 음산한 묘지 장면과 돈 조반니가 지옥불 속으로 떨어지는 순간 무대 전체가 불타오르는 것과 같은 강렬함은 프로젝션 맵핑이었기에 더욱 효과적이었다고 본다. 오늘날 오페라 무대에서 디지털 아트를 활용하는 일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이처럼 공연장의 한계를 극복하는 훌륭한 대안도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다시금 주목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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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돈 조반니’의 한 장면./제공=서울시오페라단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가 이끄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비교적 느린 템포와 여유로운 움직임의 음악을 들려줬다. 아리아의 시작과 끝 역시 물 흐르듯 유연하게 이뤄져 강한 인상을 주진 않았으나 고전주의 시대의 음악적 해석에 충실하고자 하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일반적으로 생략해서 공연했던 부분들이 촘촘하게 재현됐다. 예를 들어 마제토의 경우, 그는 대개 미욱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음악적으로도 ‘돈 조반니’의 남성 출연자 중에서 가장 존재감이 적게 처리되곤 한다. 그러나 이번 오페라 1막에서는 그동안 듣기 어려웠던 마제토의 아리아를 들을 수 있었고, 돈 조반니를 날카롭게 의심하는 아리아를 통해 그가 단순하고 아둔한 인물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날 성악가들은 모차르트 오페라의 특징인 앙상블에서 균형 잡힌 하모니를 들려주며 음악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등 여러 면에서 돋보였다. 바리톤 한규원은 원숙한 가창과 연기로 돈 조반니 역할이 적역임을 확인시켜 줬고 레포렐로를 노래한 베이스 손혜수도 능청스럽고 익살맞은 연기와 표현력으로 이중적인 성격의 하인을 완성했다. 또 고운 목소리로 사랑스러운 체를리나를 노래한 소프라노 강혜정 역시 객석의 큰 호응과 박수를 받았다. 여기에 돈나 엘비라 역할을 맡은 소프라노 오희진과 마제토 역할의 바리톤 김경천도 개성이 느껴지는 가창과 연기로 좋은 인상을 남겼다.

이경재 연출은 최근 서울시오페라단장 연임 소식을 알렸다. 이경재 단장의 첫 번째 임기동안의 행보는 안정적인 가운데 일신(一新)을 추구하는 그의 오페라와 많이 닮아 있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새롭게 시작될 두 번째 임기에도 기대를 걸어본다.

손수연 오페라 평론가, 상명대 교수(yonu44@naver.com)


손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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