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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개념미술가 제니 홀저 한국어 신작 3점 공개

세계적 개념미술가 제니 홀저 한국어 신작 3점 공개

기사승인 2019. 12. 0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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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당신을 위하여: 제니 홀저' 개최...내년 7월 5일까지
제니 홀저 FOR YOU
제니 홀저의 로봇 LED 사인 ‘당신을 위하여’./제공=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내 서울박스에 설치된 길이 6.4m 직사각형 기둥의 네 면을 둘러싼 LED 화면 위로 문학 작품들의 텍스트가 흘러간다. 한강, 김혜순, 에밀리 정민 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호진 아지즈 등 현대 문학가 5명의 작품이 함께 선보이며 이를 통해 여성 화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한다.

이 작품은 미국 출신 세계적 개념미술가 제니 홀저(69)의 로봇 LED 사인 ‘당신을 위하여’다. 역사적 비극, 재앙 혹은 사회적 참상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이들의 생각을 추적하며 미술관을 공감과 대립, 소통과 회복의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작품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커미션 프로젝트 ‘당신을 위하여: 제니 홀저’를 내년 7월 5일까지 서울관과 과천관에서 개최한다.

2017년부터 약 3년간 진행된 이번 커미션 프로젝트는 서울관 내 서울박스와 로비, 과천관 야외 공간을 새롭게 해석한 신작 3점을 선보여 제니 홀저 작품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홀저는 40여 년간 텍스트(text)를 매개로 사회와 개인, 정치적 주제를 다뤄왔다. 1970년대 후반 홀저는 격언, 속담 혹은 잠언과 같은 형식으로 역사 및 정치적 담론, 사회 문제를 주제로 자신이 쓴 경구들을 뉴욕 거리에 게시하면서 텍스트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후 작가는 티셔츠, 모자, 명판 등과 같은 일상 사물에서부터 석조물, 전자기기, 건축물, 그리고 자연 풍경 등에 언어를 투사하는 초대형 프로젝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간을 활용해 공공장소에서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홀저는 1990년 제44회 베니스비엔날레 미국관을 대표하는 첫 여성 작가로 선정됐으며 같은 해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이후 구겐하임 미술관(뉴욕, 빌바오), 휘트니 미술관, 루브르 아부다비, 뉴욕 7 월드 트레이드 센터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 및 공공장소에서 작업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포스터, LED 사인, 돌 조각 등 작가의 가장 잘 알려진 매체들로 구성된 작품 3점을 선보인다.

언어를 매체로 탐구하기 시작한 홀저의 초기작 ‘경구들’(1977~1979)과 ‘선동적 에세이’(1977~1982)는 서울관 로비 벽면에 1000장이 넘는 포스터 설치로 구현됐다. 이 작품은 공격적이고 도발적인 어조로 작성된 홀저의 ‘선동적 에세이’ 시리즈 25개 중 각기 다른 색상으로 구현한 12가지 포스터와, ‘경구들’ 시리즈에서 발췌한 문장 240개를 인쇄한 포스터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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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 홀저 작품이 설치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로비 전경./제공=국립현대미술관
이 포스터 외에도 과천관의 석조 다리 위에는 작가가 ‘경구들’에서 선정한 11개의 문구들을 영구적으로 새긴 설치작업이 관람객과 만난다. 작가가 뽑은 문구는 ‘지나친 의무감은 당신을 구속한다’ ‘고독은 사람을 풍요롭게 한다’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것을 늘 기억하라’ 등이다.

홀저는 4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래 추상화가가 되고 싶었는데 실패했고 명확하게 드러나는 콘텐츠를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며 “둘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다가 언어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텍스트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나는 자신과 타인을 걱정하게 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는 작가”라며 “그런 주제 중 하나가 여성이었고, 피해자이자 동시에 맞서 싸운 여성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커미션 프로젝트는 세계적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홀저가 최초로 한국어를 활용한 신작을 선보이는 기념비적인 전시”라며 “미술관 공간에 맞춰 특별히 제작된 작품들은 관객들에게 현대미술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하고 세계미술계 관심을 집중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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