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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매화·산수유·벚꽃...섬진강은 ‘꽃대궐’

[여행] 매화·산수유·벚꽃...섬진강은 ‘꽃대궐’

기사승인 2018. 03. 1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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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톱/ 광양 매화마을
광양 매화마을에 매화가 만개하면 마치 하얀 눈이 내린 듯 로맨틱한 풍경이 펼쳐진다/ 사진=한국관광공사
꽃이 피어야 봄이 온 거다. 꽃소식 기다리다 마음이 급해졌다면 섬진강을 따라 남녘으로 간다. 이제부터 이곳은 꽃대궐이 된다. 섬진강변 전남 광양과 구례에는 하얀 매화와 샛노란 산수유꽃이 지천으로 핀다. 또 경남 하동에는 곧 팝콘 터지듯 벚꽃이 만개한다.

여행 톱/ 광양 매화마을
매화가 만개한 광양 청매실농원/ 사진=한국관광공사
◇ 하얀 눈 내린 듯...광양 매화마을

섬진강은 언제봐도 푸근하다. 물살이 사납지 않다. 강폭도 넓지 않다. 큰강이 주는 위압감은 전혀없다. 지리산 능선과 어울려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유유히 흘러가는 풍경은 마음을 참 편안하게 만든다. 이 아름다운 강에 개발의 손길이 더디게 닿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 물줄기에 봄이 올라탔다. 꽃이 피면 섬진강은 더 예뻐진다. 3월에는 매화와 산수유가 주인공이다.

섬징강을 따라 자리잡은 전남 광양, 구례, 경남 하동은 지금부터 꽃대궐로 변신한다.
전남 광양은 이맘때 매화가 하이라이트다. 섬진강변 다압면 일대는 매화마을로 이름났다. 마을 뒷산으로 매화나무가 지천이다. 꽃이 피면 마을은 하얀 눈이 내린 듯 로맨틱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시선을 두는 곳마다 눈이 호강한다. 마음은 또 꽃처럼 화사해진다. 이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사랑하지 못할 것이 없다.

다압면 도사리에는 그 유명한 청매실농원이 있다. ‘매실명인’으로 잘 알려진 홍쌍리 여사가 일군 곳이다. 풍경이 예쁜 덕에 영화의 배경이 된 덕에 더욱 유명해졌다. 볼거리도 많다. 3000여개의 독들이 늘어선 장독대가 눈길을 끈다. 농원 초입의 한옥은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에 나왔다. 건물 뒤편 대나무 숲길은 영화 ‘취화선’에 등장했다. 산책로가 잘 갖춰져 있으니 꽃향기 맡으며 걸어본다. 전망대에서는 섬진강을 내려다 볼 수 있다. 볕 받아 반짝이는 강물은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은은한 달빛 아래 펼쳐지는 야경도 참 멋지다.

매화마을을 중심으로 매년 광양매화축제가 열린다. 꽃놀이 즐기려고 멀리서 애써 찾는 이들이 100만명 이상이나 된다. 올해 축제는 17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다.

광양에 가면 섬진강 강굴(벚굴)은 꼭 맛본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서 자라는 굴이 강굴이다. 껍질 길이가 30cm나 되는 초대형 굴이다. 벚꽃이 필 무렵 가장 맛있다고 해서 ‘벚굴’로도 불린다. 껍질 표면에는 벚꽃처럼 알록달록한 무늬가 있다. 간간하면서도 식감이 부드럽고 쫄깃해 알음알음 찾는 이들이 많다. 광양 진월면 섬진강 하구 망덕포구 일대에 강굴을 파는 가게들이 모여있다.

여행 톱/ 구례 산수유마을
구례 반곡마을. 지리산 능선을 배경으로 노란 산수유꽃이 활짝 피면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여행 톱/ 구례 산수유마을
구례 산수유마을/ 사진=한국관광공사
◇ 수채화 같은 풍경에 눈이 ‘번쩍’...구례 산수유마을

전남 구례는 산수유꽃이 지천으로 핀다. 지리산 기슭 마을마다 노란 꽃이 봄을 알린다.

산수유꽃은 꽃을 볼 줄 아는 사람에게 참 흥미로운 꽃이다. 꽃이 세 번이나 핀다. 꽃망울이 벌어지면 20여개의 샛노란 꽃잎이 돋는다. 이 꽃잎들이 다시 차례로 터지며 꽃술을 드러낸다. 꽃에서 다시 꽃이 핀다. 왕관처럼 생긴 꽃술은 또 어찌나 고운지 딱 5분만 보고 있으면 마음이 봄볕처럼 따스해진다.

구례의 산동면 일대는 산수유 나무가 지천이다. 국내에서 산수유 열매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곳으로 알려졌다. ‘산동’이라는 지명도 산수유와 관련이 있다. 약 1000년 전 중국의 산동성에 살던 한 처녀가 이곳으로 시집을 왔다. 이 때 그가 산수유 묘목을 가져와 심었다. 이것이 계기가 돼 지명이 산동이 됐다고 전한다. 산동면 계척마을 들머리에는 당시 심어졌다는 산수유 시목(始木)이 있다. 구례군의 고증을 거친 나무다. 이러니 꽃이 피면 천지가 ‘꽃그림’이다.

산동면에서도 풍경이 운치 있는 곳을 꼽으라면 상위마을과 반곡마을이다. ‘구례 산수유마을’하면 이 두 마을을 가리킨다. 지리산 만복대 아래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꽃잔치가 아주 볼만하다.

상위마을은 지리산 만복대 등산로 초입에 잇다. 이끼긴 바위와 계곡, 마을 돌담길을 따라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풍경이 참 예쁘다. 상위마을 아래가 반곡마을이다. 반곡마을에서는 특히 대평교 인근의 풍경이 예쁘다. 계곡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마을을 관통하고 물줄기 사이로 크고 하얀 너럭바위가 들어앉았다. 주변에는 꽃이 흐드러진다. 그리고 이 풍경 뒤로 만복대가 웅장하게 솟았다. 이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진작가들이 참 많다. 계곡을 건너고 돌담을 끼고 걸을 수 있는 산책로도 잘 조성돼 있다.

구례 산수유꽃축제도 매년 열린다. 올해는 광양 매화축제와 함께 17일부터 25일까지 구례 산동면 지리산온천관광단지 일원에서 열린다.
구례의 지리산 자락에는 이름난 절들이 많다. 고즈넉한 산사의 정취도 운치가 있다. 화엄사는 구례를 대표하는 절, 사성암은 깎아지른 바위 절벽에 자리 잡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곳들과 연계하면 멋진 꽃놀이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여행 톱/ 하동 쌍계사 십리벚꽃길
4월이면 벚꽃터널이 만들어지는 하동 쌍계사 십리벚꽃길/ 사진=한국관광공사
여행 톱/ 섬진강
봄 볕이 곱게 내려 앉은 섬진강/ 사진=한국관광공사
◇ 동화 속 ‘벚꽃터널’을 거닐다...경남 하동 쌍계사 십리벚꽃길

매화와 산수유꽃이 한바탕 휩쓸고 간 자리는 벚꽃이 대신한다. 4월 들면 섬진강을 따라가면 팝콘처럼 터지는 벚꽃들을 볼 수 있다. 매화, 산수유꽃을 놓친 것을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특히 경남 하동 쌍계사 십리벚꽃길은 일대 벚꽃명소다. 섬진강 화개장터에서 천년 고찰 쌍계사에 이르는 약 12km의 길이다. 꽃이 필 때면 나무들이 서로 가지를 뻗어 맞잡아 황홀한 꽃터널이 만들어진다. 남녀가 함께 걸으면 없던 사랑도 생길만큼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길이 만들어진다. 꽃길 끝에 자리잡은 쌍계사는 중국 남종선의 창시자 육조혜능대사의 머리뼈를 모셨다는 창건설화를 지닌 고찰이다. 봄볕을 친구삼아 천천히 산책하다보면 마음이 참 푸근해진다.

섬진강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겨도 좋다. 주변으로 들러볼 만한 곳도 많다. 가수 조영남의 노래로 유명해진 화개장터는 봄 기운처럼 활기찬 흥성거림이 넘쳐난다. 소설 ‘토지’의 무대가 된 하동 평사리 악양들판의 봄풍경도 참 곱다. 늦은 오후 볕 받아 오글거리는 섬진강은 이름난 수채화 못지 않은 풍경을 선사한다. 강을 천천히 훑고 나면, 마음 한 가득 봄이 내려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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