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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눈 호강, 福 부르는 ‘돼지투어’

[여행] 눈 호강, 福 부르는 ‘돼지투어’

기사승인 2019. 01. 15.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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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추천 1월 가볼만한 곳
여행/ 펀치볼
을지전망대에서 바라본 강원 양구 해안면 ‘펀치볼’ 분지/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올해는 길운이 깃든다는 황금돼지 해다. 돼지는 예부터 다산의 상징으로 통했다. 돼지 ‘돈(豚)’ 자가 돈(화폐)과 음이 같아 재물을 가져다 준다는 믿음도 생겼다. 팔도에 돼지 이야기가 깃든 여행지들이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새해 복(福) 많이 받고 여행도 즐기라고 이런 여행지 몇곳을 추려 ‘돼지투어’를 제안했는데 이 가운데 귀가 솔깃한 세 곳을 소개한다.

여행/ 해안면의 돼지 전설을 소재로 한 동상
강원 양구 해안면의 돼지 전설을 소재로 한 동상/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 강원 양구 해안면 ‘펀치볼’

대표적인 곳이 강원도 양구의 해안(亥安)면이다. 지명에 돼지 ‘해(亥)’ 자가 들어있다. 그대로 풀이하면 ‘돼지가 편안한 땅’이란 의미다. 사연은 이렇다.

해안면은 해발 400∼500m의 고지대 분지다. 대암산(1304m)·도솔산(1148m)·대우산(1179m) 등 준봉들이 이 땅을 에둘러 감싸고 있다. 위에서 보면 마치 화채 그릇(펀치볼·punch bowl) 같다. 운석이 충돌했다는 이도 있고 고지대보다 저지대가 먼저 침식되는 차별 침식때문에 분지가 만들어졌다는 주장이 있다. 현재는 후자에 힘이 실린다.

어쨌든 한국전쟁 당시 해안면 일대 전투를 취재하던 미군 종군기자가 이 지형을 보고 ‘펀치볼’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후 일대는 ‘펀치볼’ 분지로 불린다. 분지의 규모가 대단하다. 남북 길이가 11.95km, 동서 길이 6.6km, 둘레가 33km에 이른다. 그리고 약 1200명의 주민들이 펀치볼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

전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해안면의 ‘해’자는 원래 바다 ‘해(海)’자 였단다. 분지 안쪽 산기슭에 뱀이 많아 골칫거리였다. 어느날 한 스님이 뱀과 상극인 돼지를 길러보라고 조언했다. 이렇게 했더니 뱀이 사라졌단다. 이후 주민들은 ‘돼지를 기르며 편안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란 의미로 돼지 ‘해’자를 쓰기 시작했단다.

1여행/ 시래기 덕장
강원 양구의 특산품인 시래기를 말리는 덕장/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해안면 을지전망대에서는 펀치볼 분지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게다가 설악산은 물론 북녘의 금강산까지 바라볼 수 있다. 을지전망대에 가려면 양구통일관에서 출입 신청을 해야 한다. 신분증이 꼭 필요하다. 허가서를 받고 차를 몰아 검문소를 통과하면 가칠봉 능선에 자리한 을지전망대 앞이다. 을지전망대 말고도 분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양구 시내에서 해안면으로 향하다보면 돌산령터널을 지난다. 터널 입구에서 오른쪽 도로로 빠져 옛길을 따라 돌산령으로 가면 나무데크로 만들어 놓은 전망대가 나온다.

양구의 대표적인 특산물은 시래기다. 이 시래기의 주 산지가 해안면이다. 곳곳에 시래기 덕장이 참 많다. 양구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화가 박수근 화백의 작품을 전시해 둔 박수근미술관, 국토 정중앙 점이 있는 양구의 지리적 특성을 반영한 국토정중앙천문대 등이 있다. 펀치볼과 함께 연계하면 재미 있는 겨울여행이 된다.

여행/ 경주 불국사 극락전
경주 불국사 극락전 복돼지상을 구경하는 사람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 경북 경주 불국사

누구나 한번은 가봤을 경북 경주의 천년고찰 불국사. 청운교·백운교를 지나면 다보탑과 석가탑, 대웅전으로 이어지는 ‘부처님 나라’가 펼쳐진다. 대웅전과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극락전이 자리 잡았는데 이 극락전이 바로 돼지와 관련이 깊다.

극락전 앞에는 탑이 아닌 금빛 돼지상이 서 있다. 이름하여 ‘극락전 복돼지상’이다. 고즈넉한 사찰에 복돼지상,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만들어진 사연은 이렇다.

여행/ 경주 불국사 극락전 복돼지상
경주 불국사 극락전 복돼지상은 어금니가 뾰족한 멧돼지의 모습이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2007년에 극락전 현판 뒤에서 작은 돼지 조각이 발견됐다. 불국사가 처음 문을 연 통일신라 시대부터 천수백 년, 임진왜란 때 불타고 극락전이 다시 지어진 1750년부터 따져도 250년 넘게 숨어 있던 돼지 조각이 발견된 일은 큰 화제를 모았다. 사람들은 돼지를 보기 위해 멀리서 애써 이곳을 찾았다. 그리고 복을 빌었다.

불국사 측은 이 돼지에 ‘극락전 복돼지’라는 공식 이름을 지어주고 법회도 성대하게 열었다. 현판 뒤에 있어서 잘 보이지 않는 복돼지를 누구나 쉽게 보고 만질 수 있도록 극락전 앞에 복돼지상까지 세웠다. 10여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불국사를 찾는 사람들은 복돼지상을 스다듬으며 행운을 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다. 2017년에는 로또 당첨자가 “불국사 극락전의 복돼지를 쓰다듬고 현판 뒤에 있는 진짜 복돼지에게 로또 1등당첨 소원을 빈 다음 극락전에서 108배를 올렸더니 로또에 당첨됐다”는 사연을 밝히면서 극락전 복돼지가 다시 화제가 됐다.

복돼지상에서 기념 촬영을 한 사람은 극락전 현판 뒤에 숨은 돼지 조각을 찾아보기도 한다. 현판 뒤 기둥을 받치는 공포 위에 있는 돼지 조각은 뾰족한 엄니가 드러나 멧돼지처럼 보이는데, 자그마해 사뭇 귀엽다. 보통 사찰의 공포 위에는 조각이 없거나, 있더라도 용이나 봉황 등을 새기기 때문에 돼지가 발견된 것은 희귀한 일이다.

여행/ 돝섬 출렁다리
창원 돝섬의 출렁다리./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여행/ 돝섬 조각작품
창원 돝섬에 세워진 창원 출신 대표 조각가 문신의 작품/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 경남 창원 돝섬·저도

경남 창원의 돝섬과 저도는 이름처럼 ‘돼지 섬’이다.

일단 돝섬을 보자. ‘돝’은 돼지의 옛말이다. 이 섬에 깃든 황금 돼지 전설은 이렇다. 고대 한반도의 가락국에는 왕의 총애를 받는 후궁 미희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홀연히 사라졌다. 수소문 끝에 작은 섬에 숨어든 것이 확인됐다. 신하들이 찾아가 환궁을 요청하자 그는 황금 돼지로 변해 무학산으로 사라졌다. 이후 황금 돼지가 백성을 괴롭힌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결국 병사들이 활을 쏴서 이 돼지를 죽였다. 그러자 한 줄기 빛이 내려오더니 섬이 돼지가 누운 모습으로 변했단다. 신라시대에는 돝섬에서 밤마다 돼지 우는 소리가 들렸단다. 최치원이 섬을 향해 활을 쏘니 울음소리가 잦아들었다는 전설도 있다.

돝섬은 마산항에서 배를 타고 약 10분만 가면 닿는다. 섬 들머리에 ‘복을 드리는 황금돼지 섬 돝섬’이라는 문구와 함게 황금 돼지상이 눈길을 끈다.

돝섬은 1982년 해상유원지가 됐다. 한때는 섬에 서커스장과 동물원, 놀이기구가 있었고, 섬에 들어가는 배를 타려고 인산인해를 이뤘다. 시대가 흐르면서 돝섬은 잊혀갔고, 잠시 문을 닫기도 했다. 민간 업체가 운영하다가 지금은 창원시가 인수해 시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섬은 천천히 산책하기 참 좋다. 푸른 바다를 벗삼아 걸으면 시비와 조각작품들이 나타난다. 따스한 남쪽 지방이라 겨울이지만 동백꽃과 울긋불긋한 꽃이 꽃망울을 터뜨린다.

여행/저도 비치로드
창원 저도 ‘비치로드’/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여행 / 저도 '콰이강의 다리 스카이워크'
저도 ‘콰이강의 다리 스카이워크’.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 나온 다리를 닮았다고 해서 ‘콰이강의다리’로도 불린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다음은 저도 이야기. 돼지 ‘저(猪)’자를 쓴다. 하늘에서 보면 돼지가 누운 형상이라 붙은 이름이다. 섬이지만 저도는 연육교가 놓여 접근이 편하다. 저도로 가는 길은 바다를 끼고 달리는 드라이브 코스로 이름났다.

저도의 마스코트는 새파란 바다 위에 있는 새빨간 다리다. 이름 하여 ‘콰이강의다리 스카이워크’. 데이비드 린 감독의 영화 ‘콰이강의 다리’서 따온 이름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 포로들이 콰이 강에 건설한 다리와 닮아서다. 구산면 구복리와 저도를 잇는 길이 182m에 폭 3m 다리로, 2017년 리모델링할 때 바닥에 강화유리를 설치했다. 다리를 건너며 유리 너머로 13.5m 아래 출렁이는 바다를 보는 맛이 짜릿하다. 입구에 귀여운 돼지 조형물과 사랑의 자물쇠, 느린 우체통 등이 있어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다.

저도에서 빨간 다리만큼 유명한 것이 저도 ‘비치로드’다. 잔잔한 파도 소리를 듣고 반짝이는 은빛 물결을 바라보며 걷는 길로, 섬을 껴안듯이 이어진다. 경사가 급하지 않아 마음도 편하다. 가벼운 산책을 위한 1코스는 3.7km로 주차장에서 출발해 1·2전망대를 거쳐 돌아오며, 약 1시간 30분 걸린다. 2코스는 4.65km로 1코스에서 해안데크로드까지 다녀오며, 2시간쯤 걸린다. 바다구경길까지 갔다 돌아오는 3코스는 6.35km로, 등산을 즐기기에 좋다. 저도 비치로드의 백미는 2코스 해안데크로드로 오른쪽에는 절벽이, 왼쪽에는 바다가 출렁인다. 가슴에 켜켜이 쌓인 걱정이 모두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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