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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끝났고 여름 온다… 적자 한전 ‘전기료 인상’ 카드 꺼내나

선거 끝났고 여름 온다… 적자 한전 ‘전기료 인상’ 카드 꺼내나

기사승인 2018. 06.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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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별전기료인상률
올 여름 한국전력이 산업용 전기료 인상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인상시 발생할 여론악화에 대한 부담을 다소 덜게 됐을 뿐 아니라, 한여름 피크타임 절전 유도를 위해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허리띠를 졸라맸음에도 3분기 연속 적자에 허덕이고 있고, 에너지전환에 대한 새로운 투자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명분까지 쌓았다.

14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13일 최대 수요전력은 6500만9000kW로, 전월동일 5595만9000kW 대비 약 1000만kW 가량 불었다. 한달새 서울기준 20도 수준의 기온이 28도까지 상승하면서 냉방기 가동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름은 난방기 사용이 많은 겨울과 함께 전기 수요가 가장 많은 계절이다. 역대 최대전력수요는 이상한파가 몰아쳤던 지난 2월6일 기록한 8823만8000kW다. 올 여름은 예년보다 무더울 것이란 기상청 예보가 있어 이 기록은 또다시 경신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겨울 정부는 8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예측한 전력수요 전망치가 완전히 빗나가면서 10여차례나 기업들에 전기사용을 줄여 달라는 급전지시(수요감축 요청)를 내렸다. 2008년의 블랙아웃 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게 정부 입장이다. 하지만 전력수요 전망치를 기존보다 낮춰 잡으며 탈원전·탈석탄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중에 치솟는 전력수요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올 여름부턴 일반가정에까지 수요감축을 요청할 수 있는 시범 시스템도 마련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료 인상은 절전을 유도해 전력수요를 줄일 수 있는 좋은 카드 중 하나다. 다만 이에 대한 반발이 크기 때문에 산업용 경부하 요금 개편부터 나설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경부하 요금제는 전력소비가 적은 경부하 시간대(오후 11시∼오전 9시)에 낮은 요금을 적용하는 제도다. 24시간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철강이나 반도체 회사들은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는 의미다. 증권가에선 산업용 경부하 요금 할인폭이 10% 줄어들 때마다 한전의 연간 영업이익이 7100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전은 지난해 4분기부터 지난 2분기 까지 3분기 연속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안전성 강화를 이유로 원전 점검에 들어가면서 기존 70~80% 수준의 원전 가동률은 50%대까지 하락했고,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대체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치솟은 원료값도 악화 요인 중 하나다.

적자전환 이후 연결부채비율이 155% 수준으로 급등했고, 이는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비 일정상 하반기 원전 이용률은 77% 수준으로 상승하며 실적 개선이 있겠지만, 각종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현금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해선 최소 연 5~6조원의 영업이익은 올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기료 인상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특히 김종갑 사장 취임 직후 허리띠를 졸라매며 예산을 최대 30%가량 줄이는 내용의 자구책을 마련해 왔기 때문에 한전 차원의 자구노력은 할 만큼 했다는 명분도 있는 상태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전기료 인상 없이 지속적인 투자비용이 필요한 한전의 에너지전환 미션을 수행하긴 어렵다”며 “선거가 끝났고, 3분기 연속 적자에 자체 절감 노력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여름이 어떤 방식으로든 전기료 인상에 나서야 할 골든타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산업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산업용 전기료가 주택용보다 원가회수율이 더 높을 뿐 아니라 이미 피크타임에 높은 요금을 지불하고 있다”며 “경부하요금 조정은 ‘산업의 쌀’인 철강값 인상을 부추기고, 이는 수출산업의 경쟁력 악화와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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