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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탄 11조 쌓은 유화업계… 투자는 해야겠는데 ‘불확실성’ 주시

실탄 11조 쌓은 유화업계… 투자는 해야겠는데 ‘불확실성’ 주시

기사승인 2019. 01. 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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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잉·유가 급등락 등 대외 불확실성
SK이노·LG화학 등 배터리 투자 집중할 듯
롯데케미칼 등 대대적 글로벌 설비투자 나서
주요-정유·화학사-보유-현금-현황
올해 11조원이 넘는 대규모 실탄을 마련한 유화업계가 대대적 투자를 앞두고 방향성과 타이밍을 고심하고 있다. 유가 급등락과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공급과잉 등 경영환경을 좌우할 변수가 많아서다.

6일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케미칼·한화토탈 등 정유·화학 8개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이들 기업이 보유한 현금은 10조7856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초 8조8670억원 대비 3분기 만에 21% 이상 늘었다. 4분기 실적까지 더해지면 규모는 약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금이 쌓이면서 투자 방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석유화학업계는 지난달 초 정부 및 지자체와 향후 5년간 14조5000억원을 설비투자에 쏟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계획대로 투자가 온전히 집행 될지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크다. 대부분 5~6년간의 장기 투자를 약속했고 아직 대부분 첫 삽도 뜨지 않고 있는 상태라서 시시각각 달라지는 변수를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가장 큰 변수는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된 유가 급락이다. 이는 정유사와 화학사간 실적을 엇갈리게 하는 요소로, 당장 4분기부터 정유사는 적자전환 또는 실적 급감이 예상되지만, 화학사는 올 1분기부터 값싼 납사(석유화학기초원료) 가격이 반영돼 상이한 성적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실적은 투자 규모와 시기 등을 좌우하는 절대적 요소다.

실적 널뛰기에도 정유사들의 고도화설비 투자는 결국 계속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해사기구(IMO)가 내년 1월부터 실시키로 한 환경규제에 따라 원유정제 과정서 나오는 벙커C유를 더이상 선박유로 판매하지 못하게 된다. 고도화 설비를 통해 벙커C유 생산 비중을 줄이고 더 고부가가치 부산물을 뽑아내야 하는 셈이다. 아울러 중국 등 신흥국 제품과 가격경쟁력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규모의 경제 실현은 필수적이다.

화학사들은 ‘석유화학의 쌀’이라 불리는 에틸렌 글로벌의 수급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올해와 내년 사이 국내 업체들의 신증설이 몰려 있지만 미중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된다면 수요성장은 ‘제로’에 가까울 수 있다. 이 상황에서 미국의 에탄크래커(ECC)와 중국의 납사크래커(NCC) 신규설비 증설까지 줄줄이 이어져 있다. 글로벌 에틸렌 신규 설비는 지난해 577만톤였지만, 올해는 1100만톤 수준을 넘어서게 된다. 타이트한 수급이 맞춰지지 않으면 전체적인 화학제품 마진(스프레드) 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일단 올해 SK·LG는 전기차배터리 사업에 자금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전기차배터리 수주잔고가 35조원에 이르고 있어 이를 소화하기 위한 투자가 병행될 예정이다. 먼저 올해와 내년, 헝거리 7.5GW 와 중국 7.5GW 신규 공장이 완공된다. 2021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에도 9.8GW 규모의 신규 배터리 공장 투자가 이어질 예정이다. 리튬이온전지 분리막 규모는 기존 3.3억㎡서 올해 5억㎡로 확대된다.

LG화학 역시 성장동력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용 포함) 설비를 지난해 20GW에 이어 2019년 40GW를 추가로 짓게 된다. 에틸렌 23만톤·고흡수성수지(SAP) 10만톤 설비 등 소규모 석화설비 확대도 예정돼 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내년까지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선 전기차 신모델이 쏟아져나와 50~60% 수준의 높은 시장 성장세가 예상된다”며 “배터리시장 규모도 2017년 50GW 수준에서 2021년에는 320GW로 성장하는 것에 무리가 없다”고 내다봤다.

롯데케미칼은 대형 설비 확장이 기다리고 있다. 올해는 미국 ECC(에탄크래커) 100만톤과 에틸렌글리콜 80만톤 설비가 완성되고, 인도네시아 프로젝트 등 향후 5년간 20조원 규모의 석화 투자를 위한 계획을 마련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새롭게 사령탑에 앉은 임병연 부사장은 인수합병 전담으로 정평이 나 있어 신규 M&A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하반기 완공된 대형화학설비 RUC/ODC 안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지만, 올 하반기에는 2023년을 목표로 신규 대형 NCC 150만톤에 대한 최종 투자 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와 자회사 현대케미칼에 추가 출자해 2022년부터 HPC(잔사유 크래커)가 가동을 목표로 건설에 착수했다. 한화케미칼은 수첨수지 5만톤, PVC 13만톤 확장이 대기하고 있다. 자회사인 한화토탈도 대산공장에 에틸렌 설비를 31만톤 정도 확장하는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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