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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儒商] 통감·대학·논어… 서당서 싹 튼 호암DNA

[한국의 儒商] 통감·대학·논어… 서당서 싹 튼 호암DNA

기사승인 2016. 03. 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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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2)
조부 이홍석이 세운 '문산정'서
기업경영의 지혜·도리·윤리 습득
사람 중시 '인재경영' 초석 마련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그림>은 다섯 살이 되면서 조부 이홍석이 세운 서당 문산정에서 한문을 배우기 시작하였다. 문산정은 집에서 걸어서 30분 이상 떨어진 산속에 위치해 있어 산등성을 넘어가야 했다. 어머니는 아침마다 책을 옆에 끼고 형과 함께 대문을 나서는 그를 지켜보았다. 그는 열한 살이 되어 지수보통학교 3학년에 편입하기 전까지 서당을 다녔다.


 우리나라는 1920년에 서당이 전국적으로 2만5000개가량 있었다고 하는데 보통 3~4개 마을에 하나씩 서당이 있었으나 그 후 일본식 보통학교 교육의 빠른 보급으로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5∼6세부터 서당교육을 받으며 서당공부는 훈독-음독-암송-받아쓰기 순으로 하였고 아침에 오면 전날 배운 것을 복습했는데 잘못하면 회초리의 체벌도 따랐다.
 교재는 초학자들을 대상으로 『천자문』부터 시작하여 기초적인 문자 교육을 실시하고 『명심보감』 『통감』 『소학』 『대학』 『논어』   『맹자』 『중용』 등의 순서로 한문과 경전교육이 이루어졌다. 서당은 문자 교육에 그치지 않고 유학적 교양과 문화 생활습속을 익히는 과정이었다.


 이병철 회장은 자서전에서 "한문공부는 『천자문』부터 시작했는데 흔히 두서너 달이면 뗀다는 『천자문』에 나는 1년 남짓 걸렸다. 그래도 5년 가까이 서당공부로 『통감』이나 『논어』도 통독할 수 있었다"고 하였다. 그는 서당의 전 과정을 마치지 아니하고 지수보통학교 3학년에 편입했다. 그동안 『통감』 『대학』 『논어』를 배웠으리라 여겨진다.


 『통감』은 제왕의 정치교과서라고 불리는 『자치통감』을 요약한 책이다. 『자치통감』은 중국 송나라 사마광이 '나라를 다스리려면 역사에 통달하고 그 흥망성쇠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쓴 중국 역사서이다. 중국의 역대 사실을 밝혀 정치의 규범으로 삼고, 왕조 흥망원인과 대의명분을 밝혀 후세 제왕들이 정치를 하는데 자료가 되고, 역대를 통하여 거울이 되도록 편찬하였다.


 또한 정치나 인물의 득실을 평론하여 지난날의 잘못을 거울로 삼아 다시 되풀이하지 아니하도록 미리 조심해야 할 역사 사실을 기록한 것이 특징이다. 나라든 기업이든 그 흥망성쇠의 맥락은 비슷하기 때문에 사실 『통감』은 경영자가 경영의 지혜를 배우는 좋은 교과서이기도 하다.


 『대학』은 학문을 완성하여 사람을 다스리고 그 덕을 천하에 드러내는 지도자를 양성하는 교과과정을 설명한 책이다. 우리가 흔히 듣고 있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은 여기에서 나온다. 그 앞에 격물·치지·성의·정심(格物·致知·誠意·正心)이 있다.


이 책은 3강령과 8조목으로 나누어져 있다. 강령에는 "대학의 도는 밝은 덕을 밝히는데[明明德] 있으며, 백성을 새롭게 하는데 [新民] 있으며, 지극히 착한데 머무름 [止於至善]에 있다"고 했다. 밝은 덕을 천하에 밝히려고 하는 사람은 사물의 이치를 연구하고, 자기의 지식을 확고히 하고, 뜻을 성실히 하고, 마음을 바르게 하고, 심신을 닦고,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안하게 하여야 한다. 이들이 8종목이다. 대학은 사람을 다스리는 도리를 배우는 책이므로 경영자라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논어』는 공자의 언행록으로, 공자와 그 제자와의 문답을 주로 하고, 공자의 발언과 행적 및 제자의 발언 등 인생의 교훈이 되는 말들을 간결하고도 함축성 있게 기록한 책이다. 이병철 회장은 자서전에서 "가장 감명을 받은 책 혹은 좌우에 두는 책을 들라면 서슴지 않고 『논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나라는 인간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은 바로 이 『논어』이다. 나의 생각이나 생활이 『논어』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만족한다. 『논어』에는 내적 규범이 담겨 있다. 간결한 말 속에 사상과 체험이 응축되어 있어, 인간이 사회인으로서 살아가는 데 불가결한 마음가짐을 알려 준다"고 하였다.


 이병철 회장은 어릴 때 서당공부에서 『통감』을 통하여서는 경영의 지혜를,  『대학』을 통하여서는 사람을 다스리는 도리를, 『논어』를 통하여서는 기업가의 윤리를 배웠다고 할 수 있다.
   /글=이제홍 태성회계법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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