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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儒商] 부친에게서 배운 ‘신용’의 리더십

[한국의 儒商] 부친에게서 배운 ‘신용’의 리더십

기사승인 2016. 03. 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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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 (3)
유학 이념 '인의예지신' 중
기업가정신의 바탕 信 강조
호암 글로벌신화의 원동력
이병철 회장은 『호암자전』에서 부친 이찬우<그림>에 대해서 “선친은 단정하고도 근엄한 분이지만 자녀들에겐 언제나 인자하여 큰 소리로 꾸중 한번 하는 일이 없었다.

공맹의 가르침을 철저히 지켰고, 퇴계학에도 조예가 깊었다. 삼강오륜을 숭상했으며,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생활 윤리 중에서도 특히 신을 강조하고, ‘비록 손해를 보는 일이 있더라도 신용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가르쳤다”고 하였다.

신(信)은 유학에서 사람이 지켜야할 인의예지신 다섯 가지 도리 중 하나이다. 공자는 “성(誠)은 하늘의 도이고, 성지(誠之 : 정성되게 함)는 사람의 도이다(誠者天之道也, 誠之者人之道也)”『중용』라고 했다.

여기서 성지는 어떠한 경우라도 성신(誠信)과 겸허(謙虛)의 자세로 부단히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성지의 길은 다른 사람을 속이지 않는 것, 즉 거짓말을 하지 않는 데서 시작한다.

공자는 “정치는 백성의 경제를 윤택하게 하고, 국방력을 튼튼히 하고, 백성에게 믿음을 주는 것(足食足兵民信之”《『논어』「안연」》)이라고 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백성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백성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면 나라는 존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民不信不立“《『논어』「안연」》)

상인의 상거래는 믿음을 기초로 이루어지므로 가장 중요한 윤리는 신용이다. 2200여 년 전 중국 한나라 육가는 고조유방에게 올리는 글에서 ”평민은 인(仁)을 행하고, 상인은 신(信)을 행한다“고 했다.

일반 평민과는 달리 상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생활 윤리는 신용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상인은 신용을 잃으면 상인으로서 역할이 끝난다는 말이다.

현대는 신용사회이다. 상거래가 신용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의 발달은 소비자가 물건을 보지 않고 기업의 광고를 믿고 구매하며 신용카드로 결제가 이루어진다. 오늘날 광고나 상품설명서인 브로셔에 기록된 상품의 내용과 실제가 다르면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리콜사태와 손해배상과 벌금이 발생한다. 이 경우 기업은 신용을 잃게 되어 결국 존립할 수 없게 된다. 기업가가 소비자, 거래처, 주주, 채권자 등을 기만하면 일시적으로는 이득을 얻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없다. 그러므로 경제활동에서 신용이 무엇보다 큰 재산이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인 폴크스바겐은 연비조작으로 대량 리콜사태가 발생했고, 막대한 손해배상과 벌금을 물게 될 것이다. 기업의 지속가능성까지 의심받게 된 것은 물론이다.

부친 이찬우는 이병철회장이 진주 지수보통학교에 들어간 이후 공부를 강요한 적은 없었지만 처세훈과 함께 ‘거짓과 꾸밈은 개인에게나 국가·사회에도 대환’이라는 말로 신용을 강조하였다. 이병철회장은 어릴 적 부친으로부터 항상 ‘거짓말을 하지 말 것’을 듣고 자랐다.

그는 자서전에서 ”삼성의 창업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삼성이 그 신용을 기업의 생명으로 삼아온 것도 되돌아보면, 선친의 그런 유훈이 그 뿌리가 되었던 것 같다. 삼성이 외자를 도입할 때 삼성 자체의 신용만으로 계약할 수 있고, 별도의 지불보증이 필요 없을 만큼 된 것을 나는 지금도 큰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여기에도 선친의 유지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병철 회장은 서당에서 유학 경전을 공부하면서 속이지 않는 것이 천명이라는 것을 배웠고, 부친으로부터는 어린 시절부터 신용의 중요성을 듣고 자랐다. 그는 속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하고, 신용이 기업의 생명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창업한 삼성이 세계적인 대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신용을 최우선으로 여긴 기업가정신이 바탕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분식회계, 과장광고, 주가조작 등의 방법으로 이익을 취하는 기업 경영자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들은 한번은 이익을 얻을지 모르지만 기업을 오래 존속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글=이제홍 태성회계법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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