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한국의 儒商] ‘格物致知’ 호암 사업철학의 씨앗

[한국의 儒商] ‘格物致知’ 호암 사업철학의 씨앗

기사승인 2016. 04. 24. 17:5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 8
정미·운수업… 첫 경영실패 교훈 삼아
사업구상 목표 서울서 상해까지 답사
대구서 삼성그룹 모태 '삼성상회' 설립
철저한 연구·지식으로 재기발판 마련

이병철 회장은 1938년 대구 중구 인교동에 '삼성상회' 문을 열고 청과물, 건어물, 국수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제공=삼성
대체로 모든 일은 사전에 준비를 하지 않으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공자는 “무릇 일이 예정되면 이루어지고, 예정되어 있지 못하면 이루어지지 못한다. 말이 앞서 정해지면 실수하지 않고, 일이 앞서 정해지면 곤란하지 않으며, 행함이 앞서 정해지면 근심하지 않고, 도가 앞서 정해지면 궁함이 없다(凡事豫則立, 不豫則廢. 言前定則不?, 事前定則不困, 行前定則不?, 道前定則不窮)??中庸??”고 했다. 이는 말, 일, 행위 및 도는 생각하고 미리 준비하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주자(朱子)는 ‘미리 준비하는 것’을 ‘성실함[誠之]’이라고 하였다.


 『대학』에서 배움은 격물치지(格物致知)로부터 시작한다. 옛날 『대학』교육의 목표는 「수신(修身)→제가(齊家)→치국(治國)→평천하(平天下)」에 두고 있었다. '수신'은 '격물(格物)→치지(致知)→성의(誠意)→정심(正心)'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격물치지는 주자가 『대학』의 망실된 내용을 보충한 것이다. 주자는 "이른 바 '앎에 이르는 것은 사물의 이치를 투철하게 밝힘에 있다'하였음은 나의 앎을 이루려면 사물에 임하여 그 이치를 철저하게 밝혀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所謂致知在格物者, 言欲致吾之知, 在卽物而窮其理也『대학』)"라고 하였다. 사업을 시작하려면 먼저 자기가 하려는 일에 대한 이치를 철저히 연구하고, 밝힌 이후에 시의(時宜)에 맞게 시작해야 한다.


 이병철 회장은 마산에서의 토지사업 실패로 정미업과 운수업을 청산했다. 그는 새로운 사업을 찾기 위해 여행길에 올랐다. 무슨 사업을 어떤 규모로 어떻게 하느냐를 탐색하기 위해서 부산에서 시작하여 서울, 평양, 신의주, 원산, 흥남 등 북쪽 여러 도시를 두루 돌아보고  이어 장춘, 선양 등 당시 만주의 여러 도시를 거쳐 중국 대륙의 북경, 청도, 상해까지 여행을 했다.


 그는 여행에서 다음의 사항을 깨달았다고 했다. 첫째, 대륙의 상거래 규모가 엄청나게 크다는 것이다. 마산에서는 고액어음이라는 것이 한 건에 20만 원이 고작인데 대륙에서는 300만 원~400만 원의 어음이 예사로 교환되었고, 자본금도 100만 원이면 적은 편이었다. 둘째, 큰 상권은 만주는 물론 북경, 청도에서도 일본인이 거의 장악하고 있었다. 셋째, 얼핏 보아 점포의 규모가 대수롭지 않은 화상(華商)마저도, 점포 안쪽에는 트럭이 하루에 수백 대씩 드나드는 큰 창고가 몇 개씩 있었으며, 산더미처럼 상품을 쌓아놓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공업 원재료, 식품, 의료, 농산물 등 그들의 상품은 종류도 많았지만, 그 중 어느 한 가지를 가지고서 무역을 한다고 해도 그는 도저히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가 2개월에 걸친 조사여행의 결과, 청과물과 건어물 및 잡화 등의 무역이 적합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일상생활에 불가결한 것이므로 이것들은 언젠가는 반드시 소비도 늘어날 것이다. 그렇지만 이 분야에는 제대로 된 전문 사업자가 아직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1938년 3월 1일 근거지를 대구시 서문시장 근처의 수동으로 잡고, 250평 남짓한 점포를 사서  '삼성상회'라는 간판을 걸었다. 그리하여 대구 일대에서 생산되는 청과류와 포항의 건어물 등을 만주와 중국 대륙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오늘날 삼성의 모태다.


 이병철 회장은 '삼성상회'를 설립할 때에 청과물과 건어물 및 잡화 등을 연구하고, 지식을 확고히 한 후에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어릴 때 배운『대학』의 '격물치지'의 중요성을 정미와 운수업의 경험을 통해서 체득했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특정 사업에 대한 연구를 소홀히 한 채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내 친지 중 한 사람은 병원 옆에 이미 수 개의 약국이 있는데 소비자 수요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그저 다른 사람의 말만 믿고 약국을 개업했다가 큰 손해를 보았다. 사업에 대한 연구와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말만 믿고 사업을 시작하다가는 대개 실패한다. 우리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 수년간의 공부가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상인이 되는 것은 쉽게 여길까? 잊지 말자. 사업에 성공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사전에 사업에 대한 철저한 연구를 해서 확고한 지식을 갖춰야 한다. 자기가 하려는 사업에 대하여 격물치지(格物致知)한 이후 시작해야 비로소 사업의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 /글=이제홍 태성회계법인 회장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