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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제 식구 감싸는 ‘제왕적 국회’

[기자의눈] 제 식구 감싸는 ‘제왕적 국회’

기사승인 2018. 05. 2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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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숙 정치부 기자
정치부 박지숙 기자
국회를 향한 국민의 분노가 거세다.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홍문종·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국민의 비난 여론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체포동의안 부결 기사에 비난 댓글과 의원들에게 비난 문자가 쏟아지는 것은 물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법치를 스스로 훼손한 국회를 해산하라”, “기명 투표하라”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국민의 이러한 분노는 국회가 자초한 면이 크다. 무엇보다 42일 동안 파행만 거듭하다 가까스로 문을 연 국회가 공금횡령과 부정청탁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현직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것은 ‘방탄 국회’라는 오래된 적폐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15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처리된 체포동의안을 보면 번번이 부결되거나 원안이 폐기됐다. 44건의 체포동의안 중 가결된 건 5건에 불과했다. 국회의 ‘제 식구 감싸기’ 적폐의 역사(?)는 이처럼 뿌리 깊다.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19·20대 총선 때는 특권 내려놓기를 내세우며 세비 반납과 함께 불체포특권 포기를 너도나도 입에 올렸다.

이에 여의도 안팎에선 이번 홍·염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가결이 될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한국당 의석수(113석)를 훌쩍 뛰어넘는 반대표가 나왔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권고적 가결당론’을 세웠음에도 20표 이상이 이탈했다. 한국당은 물론, 여당조차 스스로 ‘특권 없는 국회’란 약속을 저버렸다.

국민의 분노가 치솟자, 민주당 지도부는 뒤늦게 국민에게 사과하고 당의 기강을 바로잡겠다고 나섰다. 나아가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무기명 투표 방식을 기명 표결로 바꾸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손혜원 의원이 대표 발의해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표창원 의원은 불체포특권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하지만 개정안을 내도 이 역시 ‘동지’ 의원들이 의지를 갖고 통과시켜야 한다. 여당조차 ‘제 식구 감싸기’에서 자유롭지 못한데다, 설사 당론으로 ‘기명 표결’이 채택되어도 민주당이 과반의석이 아닌 상황에서 20대 국회에서 개정안이 처리되기는 쉽지 않다. 결국 무기명 표결 뒤에 숨어 제 식구를 감싼 국회의원들에게 스스로 특권을 내려 놓으라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선거운동 하듯 의원들에게 악수하고 고개 숙이며 반대표를 호소한 두 의원의 모습을 보며 의원들 스스로 나도 언제 무슨 혐의로 저런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는 동변상련에 반대표를 던진 게 아니냐는 어느 시민의 댓글은 국회 신뢰가 얼마나 무너졌는지를 가늠케 한다.

국민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방탄국회’를 ‘제왕적 국회’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국정농단 대통령을 탄핵시킨 국민에게 이런 국회의 모습만 보인다면 국민들이 언제 국회 앞으로 행진할지 모를 일이다. ‘국회를 해산하라’는 청원에 하루에만 수천명의 국민이 동의했다는 것을 국회 스스로 두렵게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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