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르포] 남북군사분야 합의 첫 이행 현장 철원 화살머리고지를 가다

[르포] 남북군사분야 합의 첫 이행 현장 철원 화살머리고지를 가다

기사승인 2018. 10. 03. 15:28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DMZ내 공동유해발굴 위한 지뢰제거 작업 시작
김용우 육군참모총장 "장병안전이 최우선"
비무장지대 지뢰제거 작업
육군 장병들이 2일 오전 강원도 철원군 비무장지대(DMZ)내 화살머리고지 인근에서 지뢰탐지 작업을 하고 있다. 남북 군사 당국은 전날인 1일 DMZ 내 공동 유해발굴을 위해 지뢰제거작업을 시작했다./사진공동취재단
‘남북공동 유해발굴 완전작전’, ‘조국의 품으로 반드시 모시겠습니다’, ‘선배님들의 숭고한 희생, 우리가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

지난 2일 오전 강원도 철원군 대마리 비무장지대(DMZ)로 들어가는 통문 주변에는 이 같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이곳 통문은 남북이 시범적 공동유해발굴에 합의한 ‘화살머리고지’로 향하는 길목이다.

9·19 평양공동선언 부속합의서인 ‘군사분야 합의서’의 첫 이행 조치로 남북은 1일부터 화살머리고지 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제거 작전을 시작했다.

화살머리고지는 6·25 전쟁 당시 3차례 격전이 벌어졌던 곳이다. 국군과 미군, 프랑스군 등 300여 구가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통문 주변에는 지뢰와 폭발물 제거를 위한 ‘폭발물처리반’(EOD), 비상상황에 대비한 의무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차량 등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지뢰가 발견되면 EOD가 투입돼 지뢰를 제거하고, 탐지 과정에서 유해가 발굴되면 감식단이 투입돼 수습하기 위해서였다.

DMZ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소속 군인 2명도 배치돼 지뢰제거 작업과 관련한 정전협정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있었다.

비무장지대 지뢰제거 작업
육군 관계자가 지뢰제거작업을 취재하기 위해 2일 강원도 철원군 화살머리고지 인근 감시초소(GP)를 찾은 취재진에게 작업 방식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방탄조끼와 방탄헬멧을 착용한 취재진은 소형전술차량에 탑승해 통문을 통과했다.

10여 분 가파른 비포장 산길을 달려 도착한 곳은 화살머리고지 정상 부근의 감시초소(GP)였다.

GP 바로 앞 북쪽 방향으로 장병 7명이 방탄조끼와 헬멧, 지뢰화 등 20㎏에 달하는 장비를 착용한 채 지뢰 탐지 작업을 하고 있었다.

지뢰탐지 작업을 하는 장병들 앞뒤로는 6명의 수색대원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장병들은 땅속 깊이 3m까지 탐지가 가능한 ‘숀스테드’를 이용해 1차 지뢰탐지 작업을 했다.

1차 탐지 작업에 이어 예초기 등을 이용해 잡풀을 제거하고 민감도가 다른 지뢰탐지기 2대를 이용해 2차 정밀 탐지를 했다.

이후에는 다시 공기압축기를 이용해 재차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다.

비무장지대 지뢰제거 작업
육군 장병들이 2일 화살머리고지 인근에서 지뢰탐지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현장에 있던 육군 관계자는 지뢰제거는 두 구역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GP 앞에서 북쪽으로 나 있는 수색로 800m를 폭 2~3m에서 4m로 확장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또 과거 교통호로 사용됐던 길이 500m 구간을 폭 10m로 늘리면서 지뢰를 제거하게 된다.

이 관계자는 “이번 지뢰제거 작업은 이미 확보된 출입로를 확장하는 식”이라며 “과거 국군이나 적이 이곳에 계획해서 지뢰를 매설했다는 기록은 없지만 격전지였던 만큼 산발적으로 지뢰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뢰제거 작업에는 공병 80명, 수색대대 24명, 국방부 유해발굴팀 13명, EOD 4명 등 총 136명이 투입된다.

한번에 한 구역에 20명의 장병이 투입되며 15분씩 교대로 탐지하는 방식이다.

작업 장병은 40%가 간부로 구성됐다.

지뢰제거 작업은 오전과 오후에 각각 2시간씩 진행되며, 오는 11월 말까지 이어진다.

군 관계자는 “3개월 전부터 이곳 지형을 파악하는 등 준비를 해왔고 투입된 장병들도 1년 동안 다른 곳에서 작전을 해왔던 전문성을 갖춘 장병들”이라며 “서두르지 않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뢰제거작업과 함께 연말까지는 DMZ 내 화살머리고지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군사분계선(MDL)까지 1.7㎞ 구간에 도로가 개설된다. 공동유해발굴을 위한 접근성을 확보하고 편의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이어 내년에는 전기·통신선로가 개설되고 유해발굴 공동사무소도 설치된다.

공동사무소는 남북 공동유해발굴단이 공동조사 및 현장지휘를 협의할 장소다.

이런 준비가 마무리되면 남북은 내년 4월부터 본격적인 공동유해 발굴을 실시할 계획이다.

지뢰제거작전 통제단장 박상희 대령은 “남북 공동 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제거 작전과 도로개설 임무를 안전하고 완벽하게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KakaoTalk_20181003_151603677
김용우 육군참모총장(대장)이 지난 2일 오후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지뢰제거 작전 현장을 방문, 안전요소를 확인하고 있다. 김 총장은 이 자리에서 “이번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장병들의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 제공 = 국방일보
김용우 육군참모총장(대장)도 이날 오후 지뢰제거 작전 현장을 찾아 장병들을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김 총장은 “이번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장병들의 안전”이라며 “남북한 군사적 신뢰형성과 평화구축을 위해 국가로부터 부여된 의미있는 과업을 수행하는 평화 구축자로서 그 소명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도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지역에서도 지뢰제거작업이 지난 1일부터 시작됐다.

이와관련, 유엔사는 3일 “정전협정 정신과 최근 이뤄진 남북 간 포괄적인 합의에 따라 JSA에서 현재 진행 중인 지뢰 제거 작업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또 유엔사는 “주한미군은 의료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몇 분 내에 대응할 수 있는 항공의료수송 자산을 준비하는 것을 포함한 지원 역할을 맡을 것”이라며 “한국군 공병대가 JSA의 유엔사 관할지역에서 지뢰 제거 작업을 실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