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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률’에 사활 건 전문대학 “취업률 낮으면 학교 문 닫아야 돼요”

‘취업률’에 사활 건 전문대학 “취업률 낮으면 학교 문 닫아야 돼요”

기사승인 2018. 10. 1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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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제 대학에 비해 취업률 민감...과장 광고 잦은 이유
졸업생 취업률 배점 일반대학 4점, 전문대학은 9점
수업 관리 및 학생 평가(10점) 다음으로 높은 배점
취업박람회
지난달 6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교통센터에서 열린 ‘제1회 항공산업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 희망자들이 기업 별 채용전시관을 찾아 채용상담을 받고 있다./아시아투데이 DB
교육부가 지난 8월 전국 300여개 대학교의 기본역량 진단 결과를 발표, 3분의 1에 해당하는 학교가 ‘스스로 개선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해당학교는 내년 신입생 정원을 최소 10% 줄여야 하고, 재학생들의 국가장학금 신청도 할 수 없게 됐다. 피해는 대부분 학생들 몫이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문대학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대학 역량 진단에 취업률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보니 보다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전국의 전문대학들은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사활을 건 경쟁을 하고 있다. 취업률이 낮아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될 경우 신입생들의 외면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신입생 감소는 대학 운영에 필요한 재정의 절대 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에서 학교 존폐 위기로까지 번지기 때문에 ‘취업률 높이기’에 온갖 편법과 꼼수가 동원되고 있다.

◇취업률은 학교 선택의 첫 번째 조건

국내 대학들이 일자리 감소에 따른 취업률 하락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전문 직업인 양성을 모토로 운영하고 있는 전문대학은 취업률이 곧 신입생 증가로 이어지는 관계로 ‘취업률 제고’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전문대학은 취업률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취업률이 낮으면 학생들의 외면으로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입니다.”(대구 C전문대학 관계자)

“대학역량 평가도 중요하지만 우선 졸업생들 취업이 잘 돼야 신입생이 들어오죠.”(광주 A대학 관계자)

“입학생이 대학을 결정할 때 취업률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취업률 수치를 높이기 위해 편법을 쓰는 대학들이 생기는 이유입니다.”(서울 B전문대학 관계자)

국내 대학들이 ‘취업률 제고’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대학 관계자들은 각각 이 같은 대답과 함께 어쩔 수 없는 현실을 토로했다. 취업률에 몰두하다 보니 허위·과장 등과 관련된 문제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361개 대학 중 20개 대학(5.54%)이 홈페이지나 학교 홍보책자에 ‘졸업생 취업 현황’을 실제와 다르게 기재해 교육부로부터 ‘허위·과장 광고 조치사항’으로 시정명령을 받았다. 비율은 5%대에 불과하지만 실제 취업률이 공개될 경우 신입생 모집 등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경기도 소재 D전문대학은 모 학과의 주간과 야간 취업률을 90%라고 홍보해 시정명령을 받았다. 가뜩이나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지난해 조치로 취업률이 공개될 경우 신입생 지원이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또 E전문대학도 간호학과 소개 페이지에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 취업률 100%’라는 취지로 취업률 100%를 적어 시정명령을 받았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 운영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하면서도 신입생 감소에 따른 후유증을 걱정하고 있다.

전문대학의 경우 4년제 대학에 비해 취업률에 더욱 민감해 이 같은 과장 광고가 잦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잘 나타내주는 사례다. 전문대는 직업인 양성에 중점을 둔 교육기관인 만큼 정부 주관 평가나 재정지원 사업에서 4년제 대학보다 취업률 비중이 크다.

◇‘졸업생 취업률’ 배점 일반대학 4점, 전문대학 9점

교육부가 지난달 발표한 2주기 2018 대학 기본역량 진단(구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따르면 100점 만점 중 ‘졸업생 취업률’ 배점은 일반대학 4점, 전문대학 9점이다. 전문대학의 경우 전체 항목 배점 중 정량·정성 평가를 받는 수업 관리 및 학생 평가(10점) 다음으로 높은 점수이자 정량 평가 중에서 가장 높은 배점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11월 말 발표한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계획에 따라 재정지원제한대학 유형Ⅱ에 선정될 경우 일반대학은 35%, 전문대학은 30%의 정원 감축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취업률 저하에 따른 신입생 모집 하락 여파가 장기화될 경우 대학의 존폐 여부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전문대 측의 설명이다. 대구 D전문대 관계자는 “취업률이 낮으면 학생 모집이 어렵고, 결국 대학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는 지역 경제에도 엄청난 타격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취업률 제고에 목을 매는 대학들의 현 상황에 대해 교육부가 취업률에 따라 차등지원을 하다 보니 부실대학 등에서 취업률을 맞추기 위해 협동조합을 만드는 등 ‘뻥튀기’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인규 한국교육연구소 소장은 “교수들이 공급자 중심으로 대학을 운영한다”면서 “원래는 취업률을 강조하는 이유가 사회변동에 맞춰 커리큘럼도 변경하고 이에 따라 교수들의 전문성도 변화시키라는 것인데 그게 없다 보니 변화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학과 기업 간 동종취업 매칭률을 높여야 한다”면서 “현재 매칭률이 너무 낮아 대학에서 배운 지식이 취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안선회 중부대 교육학과 교수는 “취업률 허위·과장 광고를 하는 대학이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학생과 학부모가 허위·과장 광고를 하는 대학은 선택 범위에서 과감히 배제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계에서는 현행 대학 기본역량 진단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전문대의 운영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평가로, ‘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재학생들에게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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