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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용 전 대법 연구원 구속영장 기각…법원 “증거 인멸 우려 없다”

유해용 전 대법 연구원 구속영장 기각…법원 “증거 인멸 우려 없다”

기사승인 2018. 09. 20.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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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첫 구속영장 청구 피의자
법원 "변호사법 위반 법리 다툼 여지 있다"
'문건유출 파기' 유해용 영장실질심사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유해용 전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연합
대법원 재판연구 보고서 등을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로 몰래 빼돌린 혐의를 받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구속영장이 20일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유 전 연구관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와 구속 필요성을 심리한 뒤 이날 오후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유 전 연구관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파헤친 지 석 달 만에 처음 구속영장을 청구한 피의자지만, 결국 신병확보에는 실패했다.

허 판사는 기각 사유에서 “영장청구서 기재 피의사실 중 변호사법 위반을 제외한 나머지는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등 죄가 되지 않거나 범죄성립 여부에 의문이 존재한다”며 “그러므로 피의사실과 관련된 문건 등을 삭제한 것을 들어 범죄의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를 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밖에 문건 등 삭제 경위에 관한 피의자와 참여자의 진술 등을 종합해 볼 때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허 판사는 “변호사법 위반 부분 역시 공무원으로 재직 당시 피의자의 직책·담당 업무의 내용 등에 근거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이 부분 관련 증거들은 이미 수집돼 있는 점 및 법정형 수위를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허 판사는 유 전 연구관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제시하면서 이례적으로 각 피의사실의 범죄 성립 여부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구속영장 기각 직후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장문의 기각 사유는 어떻게든 구속사유를 부정하기 위해 만든 ‘기각을 위한 기각사유’에 불과하다”며 “그간 영장 판사는 재판 관련 자료에 대해 ‘재판의 본질’이므로 압수수색조차 할 수 없는 기밀 자료라고 하면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해 왔는데 오늘은 똑같은 재판 관련 자료를 두고 비밀이 아니라고 하는 모순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의자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담한 방식으로 공개적으로 증거인멸하고, 이에 대해 일말의 반성조차 없었던 것을 전국민이 지켜봤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것은 사법농단 사건에 있어서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검찰은 그가 2014년 2월부터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초까지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내며 후배 재판연구관들이 작성한 사건 검토 보고서와 판결문 초고 등 수만 건을 모아 올 초 법원 퇴직 시 무단 반출했다고 보고 있다.

또 2016년 초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김영재 원장 측의 특허소송 관련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해 법원행정처를 통해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본다.

하지만 유 전 연구관은 이날 영장심사에서 대법원 근무 당시의 자료 일부를 통상 관례에 따라 갖고 나온 것에 불과하며 기밀 유출은 없었다고 주장하는 등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심사를 진행한 허 부장판사는 앞서서도 유 전 연구관의 주거지와 대법원 근무 당시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변호사 사무실에 대해서도 검찰이 이미 손에 넣은 ‘비선진료’ 관련 문건 1건만 확보하라고 범위를 제한해 사실상 압수수색을 불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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